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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Mar 05. 2022

아프리카 트래블러

여자 둘이 캐리어 끌고 떠난 아프리카 여행기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해 친구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야, 꽃보다 청춘 봤어? 이번 겨울에 우리도 아프리카 여행 가자.”

“뭐? 어디? 아프리카?!ㅋㅋ”


처음에는 친구가 농담하는 줄 알았다. 여행을 적잖이 다녔던 나로서는 갈 만한 곳은 이미 어느 정도 다녀봤고 대륙으로 치자면 이제 남은 곳은 아프리카긴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가게 될 줄 몰랐던 것. 직장에서 만나 베프가 되어버린 친구(별명 토리)는 나에게 진지하게 아프리카 여행을 제안하고 있었다. 이제껏 해외여행으로 대도시들도 가봤고 역사 깊은 유적지도 다녀봤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나의 여행 스타일은 확고해져 갔다.


 자연.

그것도 대자연.

미국 자이언캐년 / 몽골 차강소브라가

                           

나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광활한 대자연이 좋았다. 그리고 언젠가 내 여행의 피날레는 아프리카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친구가 아프리카 여행을 제안하자 며칠간 고민에 휩싸였다. 아프리카가 주는 막연한 두려움이 나를 주저하게 한 것.


결단을 내리기 위해 언젠가 본 적 있던 ‘꽃청춘 아프리카’를 처음부터 공부하듯 집중하여 돌려봤다. 보면 볼수록 ‘꽃청춘 아프리카’에서 느껴지는 아프리카의 자유로움과 여유가 마음에 들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이 멋져 보였다. 그러다 문득 아프리카에 가게 된다면 토리와 같이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이 친구와 해외여행을 상당히 많이 다녀봤으며 여행 스타일도 잘 맞았던 것. 수많은 국내외 여행으로 추억을 함께 쌓은 우리였고, 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리는 아프리카 여행을 가기로 결정. 쾅쾅.


당연한 말이지만 ‘아프리카’라는 곳은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커다란 대륙이다. 따라서 친구가 ‘아프리카 여행’을 제안했을 때 어디를 어떻게 가자는 말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낼 수 있는 여행의 기간은 3주 정도. 이 기간 내에 돌아볼 수 있는 루트를 짜야만 했다. 고민 끝에 우리는 남부 아프리카를 돌기로 했다.

남아공, 잠비아, 짐바브웨, 나미비아. 루트를 짜 보니 넉넉하게 3주 일정의 코스로 다녀올 수 있겠다 싶었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를 보며 루트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2~3번은 족히 돌려본 것 같음.

아프리카 여행 오픈 채팅방, 고고 아프리카 네이버 카페, 각종 블로그와 도서도 참고했다. 여행사에도 패키지여행 견적과 루트를 받아보며 비교하기도 했다.


 여자 둘이서 하는 아프리카 여행이 조금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패키지 다녀올까?' 잠깐 고민을 한 것은 사실. 그러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제대로 아프리카를 느끼고 오자는 취지에서 우리는 자유여행으로 다녀오기로 했다.


기대를 가득 안고 떠났던 첫 아프리카 여행. 여행 기간 내내 아프리카는 내가 그렸고 상상했던 모습, 아니 그 이상이었다. 빅토리아 폭포에서 번지 점프, 잠베지 강에서의 래프팅, 맞닿은 사막과 바다를 보며 스카이다이빙, 사막에서의 ATV는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냄으로써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줬다.


반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리기도 했다. 일출 보러 가려고 새벽에 운전하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사고가 날 뻔했고, 모래사막에서 우리 차(사륜 구동)가 빠져서 견인되기도 했다. 짐바브웨에서 빅토리아 폭포를 보다가 천둥번개와 갑작스러운 폭우에 급하게 국립공원을 퇴장해야 했으며, 잠비아 국립공원 가이드에게 100달러를 삥 뜯기기(?)도 했다.

사막에서 차량이 모래늪에 빠짐
잠비아 사이드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


그렇게, 요란하게, 우리는 남부 아프리카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다. 그러나 문제는 다녀온 그 이후였다. 나의 아프리카 앓이가 끝나지 않는 것. 자꾸 아프리카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고, 여행할 당시 쓴 일기를 다시 읽고, 아프리카 여행 프로그램을 돌려보고, 아프리카 관련 책을 읽는 등. 필사적으로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아프리카로 다시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비행기 티켓부터 끊음. 두 번째 여행은 탄자니아, 케냐, 이집트, 모로코 여행의 루트였다. 총기간은 4주 정도. 아프리카에 다시 방문할 것을 결정짓고 나니 너무나도 행복했다. 이번에는 유진이와 여행을 하게 되었으며, 이 친구와의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정보의 여왕으로 불리는 유진이와 자타공인 행동대장으로 불리는 나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리라 기대하며 착실히 여행을 준비했다.


루트를 짤 때는 주로 구글 맵스와 여행 관련 서적을 많이 참고했다. 남부 아프리카에 비해 이집트와 모로코는 여행 관련 도서들이 많아서 정보를 얻기 편했다.


한편, 나의 두 번째 아프리카 여행 시기는 여름. 따라서 엄청나게 더울 것을 각오해야 했다.


반년 만에 다시 찾은 아프리카는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친절한 사람들과 두 눈을 압도하는 자연환경. 특히 지난 여행, 나미비아의 셀프 게임 드라이브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야생 동물들을 두 번째 여행에서 원 없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모로코와 이집트는 내가 기대한 모습대로였다. 웅장한 피라미드와 거대 석상들. 화려한 건축 양식을 자랑하는 모로코의 궁전들은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이집트 대피라미드
바히아 궁전에서 더워 죽을 뻔


나의 첫 번째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일기를 썼다면, 나의 두 번째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아가 경험을 독려하기 위해 일기를 꾸준히, 더 자세히 썼다. 그래서 작정하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가져가서 여행에서의 매 순간을 기록했다.


그리하여 여자 둘이 캐리어 끌고 떠난 아프리카 여행 썰을 자세히 풀어보려 한다.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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