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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 Jun 13. 2022

아프리카 여행 _ 나미비아 세스림 캠프장

꽃청춘 아프리카 멤버들을 발자취를 따라

  나미비아에서의 첫 숙소였던 카멜레온 백패커스. 가심비와 가성비가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만약 나미비아로 다시 돌아가 빈트후크에 머물러야 한다면 카멜레온 백패커스에 다시 머물 생각이 있다. 조식을 다 먹은 후 곧바로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은 렌터카와 캠핑 장비를 빌려 세스림 캠핑장까지 가야 했으므로 마음이 급했던 것. 택시를 불러서 Avis 렌털 카 사무실로 곧장 갔다.


  오전 9시 45분.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 렌터카 계약서의 모든 약관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풀커버 추가 보험도 새로 들었다. 한국에서 ‘rentalcars.com’을 통해 차를 예약할 당시 보험을 들긴 했지만, 그것은 그저 기본 보험이었다. 그리고 이 ‘기본 보험’은 타이어가 터질 시 추가 타이어 1개까지만 제공되는데, 추가 비용을 내고 ‘풀커버 추가 보험’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타이어를 무제한으로 제공해준다고 했다. 게다가 차량 긁힘, 유리창 파손 등 그 어떤 차량 손상도 다 커버된다고 하니 어찌 안 들 수 있겠소. 우리가 빌린 차량은 4륜 구동 도요타 포츄너. 모래사막에서 직접 차를 드라이브할 생각으로 4륜 구동 차량을 빌렸다.

사진으로 널 다시 보니 그립구나


  모든 서류 정리가 끝나고 우리는 차를 인계받았다. 직원은 차량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만 하고 나서 이제 다 됐다며 가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타이어 교체 방법을 물어봤고, 직원은 친절하게 타이어 교체 방법을 직접 시범 보이며 설명해줬다. (렌터카 대여 시 타이어 교체 방법은 반드시 물어보세요. 사람 일 모릅니다.) (내일 아침에 타이어가 터질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설명을 더욱 열심히 들었을 것이다... ㅎ_ㅎ) 차를 성공적으로 빌린 우리는 캠핑 장비 대여 업체로 갔다.


  오전 10시 55분. 캠핑 장비 대여소 도착.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한 곳이었는데 찾아가느라 애를 먹었다. 내비게이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간판도 너무 작아서 그 근처를 몇 바퀴나 돈 것 같았다. 간신히 업체를 찾아 앞에서 차를 세우고 문이 열리길 기다렸지만, 자동문을 바란 건 나의 오만이었다. 차에서 내려 초인종을 누르니 이윽고 철창이 스르르 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캠핑 장비 대여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늦게 예약을 하면 원하는 날짜에 대여를 못할 수도 있다.

  이곳은 독일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곳인데 돈 얘기할 때는 계산기 두드리는 포스가 은행원 저리 가라였다. 캠핑용품 대여 목록은 매트리스, 취사도구, 2인용 텐트, 불판, 삽(몹시 중요), 침낭, 불판용 가스통(10일은 거뜬히 쓸 수 있는 용량) 등이었다.


  오후 12시 10분. 캠핑을 위한 마트 쇼핑 타임. 오늘은 하루 분량의 캠핑 식량만 사면 된다. 쇼핑리스트는 물, 술, 고기... 끝....! 바비큐용 삼겹살을 사는 방법에 대한 리서치는 이미 끝낸 상태였으므로 망설임 없이 육류코너부터 갔다. 곧장 직원에게 가서 ‘포크밸리 슬라이스 5mm(손가락으로 두께 표시)’를 부탁했다. 직원은 이런 주문이 처음이었는지 의아해하며 주문을 재차 확인했고, 우리는 눈빛에 확신을 담아 직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확인차 슬라이스 된 고기를 한 덩이 들고 왔는데 비주얼은 완전히 한국에서 파는 바비큐용 고기였다. 직원에게 엄지척을 들어 보였다. 고기도 아주 저렴했는데, 1kg에 3,500원 정도. 직원은 우리의 주문이 낯설었는지 시간이 좀 걸린다며 쇼핑을 더 하고 오라고 했다.

리빙스턴 백패커스에서 마셨던 리커피와 꽃청춘 아프리카에 나왔던 맛선생 아로매트                                

  5L짜리 물, 맥주, 과자를 싣다가 마트 한쪽에 있는 '아로매트'를 발견했다. 꽃청춘 아프리카에서 봤던 마법의(M) 신비한(S) 가루(G)...! 모든 음식을 소울푸드로 만들어준다는 그 조미료...! 마지막으로 고기까지 챙겨 계산하고 난 후, 이곳에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세스림으로 떠나기로 했다.


  장보고 나오니 오후 12시 50분. 세스림까지는 차로 5시간.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나미비아에서는(특히 오프로드에서는) 해가 진 후 야간 운전이 굉장히 위험하다. 도로 곳곳에 구덩이가 많고 타이어 펑크도 잦은 곳이라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세스림에 도착해야 했다. (한국인 관광객의 렌터카 전복 사고가 종종 발생)



  이제 본격적으로 세스림 캠핑장으로 출발! 나미비아의 운전석은 한국과 반대로 조수석(오른쪽)에 있다. 일본에서도 한동안 오른쪽 운전석에서 운전해본 적이 있어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그리 걸리지는 않았다.

  도시를 어느 정도 벗어나자 이윽고 비포장도로에 진입하였고, 아무리 가도 주변의 경치를 변할 줄 몰랐다. 가도 가도 같은 풍경. 건조한 사막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쉼 없이 달리길 4시간,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코너를 돌자 멋진 장관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 저 앞에 다른 차 한 대도 멈춰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길래 우리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자유여행의 묘미는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멋진 곳이 보이면 우리의 마음대로 발걸음 멈춰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



  아프리카에 온 지 이제 일주일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프리카의 하늘. 아프리카의 하늘은 정말 눈이 시리도록 파랗다. 우리나라의 하늘도 분명 파랄 테지만 미세먼지 때문인지 눈이 시릴 만큼의 파란색은 자주 못 본 듯싶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나미비아의 파랗고 붉은 하늘을 두고두고 그리워할 줄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더 많이, 더 자주 하늘을 보고 왔어야 했는데.



  오후 7시 10분. 빈트후크에서 출발한 지 약 6시간 만에 세스림 캠핑장 도착.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거의 쉬지 않고 달렸다. 오늘 하루 총 6시간 동안 운전한 것을 캠핑장에 도착하고 나서 알았음....ㅋ. 사고 안 내려고 얼마나 긴장해서 운전했던지ㅜㅜ (나미비아에서 종종 한국인 탑승 차량 전복 사고가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안전제일) 중간중간 잠깐씩 휴식시간이야 있었지만, 최소 5시간 이상을 혼자 운전한 셈인데 체력이 엄청나군.(셀프 칭찬ㅎ_ㅎ) 세스림 캠핑장 입구는 꽃청춘 아프리카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세스림 캠핑장은 입구가 총 두 개다. 외부에서 캠핑장으로 들어갈 때는 메인 게이트(혹은 외부 게이트)로 출입한다. 그리고 일몰을 보러 갈 때는 캠핑장 뒤쪽 게이트(내부 게이트)로 나갔다가 돌아온다. 그러나 외부와 내부 게이트는 출입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일몰을 보고 싶다면 시각을 잘 맞춰 돌아와야 한다. (체크인 시 시간 확인 필요)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문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머물렀던 캠프 사이트

  일몰을 보고 싶었던 우리는 캠핑장에 도착해서 대충 이것저것 큰 짐만 캠프 사이트에 던져놓고는 서둘러 엘림 듄으로 향했다. 이미 일몰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엘림 듄은 꽃청춘 아프리카 멤버들도 일몰을 보러 간 곳이다. 근데 이게 뭐야. 그곳은 완전 기대 이하였다. 정체 모를 수풀(?)로 사구가 덮여있었고 그나마도 듬성듬성 자라 있어서 정말 보기에 안 좋았다. 얼마나 모습이 심각했냐면 너무나 지저분한 나머지 사진도 찍지 않고 핸들을 돌렸다. (근데 나중에 꽃청춘을 다시 보니까 꽃청춘 멤버들이 갔을 때도 사구 아래쪽에는 수풀이 지저분하게 나 있긴 하더라)



  해는 거의 넘어간 상태였고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다. 고민할 새도 없이 직원이 추천한 세스림 캐년으로 갔다.

세스림캐년에서의 일몰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노을 진 하늘
마음같아서는 세스림 캐년 노지에서 캠핑하고 싶음

  일몰로 물든 하늘은 온갖 파스텔 색깔 물감을 마구 섞어놓은 듯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운 색깔들을 하늘에다 부어 놓은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색깔들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마치 천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세스림의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몇 시간이고 여기에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이만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캠핑장에 돌아가기로 했다. 내부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차에 올라 여기서부터 10분 거리의 세스림 캠핑장을 향해 차를 몰았다.


  캠프장에 짐을 다 내리고 나니 저녁 8시 10분. 이미 해는 졌고 주변이 캄캄했다. 급한 대로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주위를 비춰가며 텐트를 쳤다. 텐트는 충격적일 만큼 상당히 원시적(?)이었다. 먼저 폴대를 이어서 뼈대를 잡고는 텐트의 후크를 뼈대에 걸어가며 완성하는 것이었다. 텐트가 후크에 잘 걸리지 않아서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 텐트 설치라면 자신 있었지만, 이 텐트는 설치하는데 1시간 정도 걸린 듯.


  오늘 저녁 메뉴는 캠핑의 꽃 삼겹살이었다. 숯이 없는 관계로 오늘은 일단 가스통으로 불을 쏴서 프라이팬으로 고기를 굽기로. 그런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고기가 잘 익지 않았다. 배가 너무 고팠던 우리는 고기를 익혀가면서 실시간으로 바로 먹었다.


  맛있게 삼겹살을 먹는데 갑자기 자칼이 한 마리 다가왔다. 별일 없겠지 싶었는데 갑자기 그 녀석이 바닥에 있던 비닐봉지를 물고는 저 멀리 뛰어가는 게 아닌가...! 비닐봉지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우리는 일단 자칼을 잡으러 뛰어갔다. ㅋㅋㅋㅋㅋ 알고 보니 자칼이 물고 간 비닐봉지 안에는 친구의 슬리퍼와 기념품이 담겨있는 봉지였던 것. 우리가 추격하는 것을 보고 놀란 자칼은 비닐봉지를 냅다 버리고는 저 멀리 도망갔다. ㅋㅋ

저녁 먹다가 만난 자칼

내일은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 가야 했으므로, 별 밤하늘에 인사하며 우리는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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