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을 사는 부자
남들의 빠름을 부러워하지 않는 지금
남들의 앞서감을 시샘하지 않는 지금
그 지금이 있기까지 달려온 나날,
때론 시샘하고 때론 부러워 눈물 흘렸지
잠깐씩 비춰 들던 볕뉘 같은 찬란한 조각햇살로 충분했다
아무것도 후회되지 않는 검붉고 어둑시니했던 노을빛
통과해 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소중했던 조각보 햇살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짬 없이 미끄럼 타고 흘러만 갔던
나날은 시들하고 고달팠어도 내 마음에 아로새겨진
얼룩덜룩 흉터와 그어진 상처조차 무늬가 되어버린 걸
나이가 50이 넘어 60을 넘고 보면 알게 되지
높이 올라감이 부질없음을, 세상 잣대의 허무함을
걸을 수 있고 보이는 풍광을 즐길 줄 안다면
이미 우린 부자인 것을, 알만한 이는 다 알지
그림을 그리는 친구, 서예를 시작한 친구, 춤을 추는 친구
악기를 연주하는 이, 글쓰기가 즐거운 이
여행을 떠나는 친구, 자신의 방을 드디어 찾은 친구
무엇을 하든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천천히, 느리게, 우리는 하고 있는 그 순간을 살아
그 아무와도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어제와 달라지는
지금을 뚜벅이로 살 뿐이야
이런 자신을 뿌듯하게 지지하는 우리
서로의 지금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격려하고 함께하는 지금이 너무 좋은 우리
우린 친구라는 이름으로 동그랗게 모여
따로 또 같이 자신만의 길을 내고 있어
기울어 가는 한 해, 아무렇지도 않아
살아 있는 하루가 선물로 주어지잖아
뜨는 해에 하품하며 서둘지 않고
저무는 해에 안타까워하지 않아
아, 지금이 너무나 좋은 우리
우리는 친구, 아쉬워하거나 원망하기보다
다독이며 걸어가는 그림자가 좋아
긴 그림자를 바라보며 함께 걷는 우리
많은 꿈을 꾸었다.
많은 의미를 심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그 나이가 된 나는 과거의 그림자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저 살짝 돌이켜 보고 적고 지나가려 한다.
지금을 사는 사람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