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계절, 잠시 걸어가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by 봄보

우중충한 날씨가 며칠째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그저 내 감정의 변화 때문일까.
갑작스럽게 무기력한 하루가 찾아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년 이맘때쯤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날씨의 영향이 컸던 걸까.
계절이 바뀌는 짧은 틈 사이, 나는 또다시 무기력이라는 낯익은 손님을 맞이한다.


기력이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무기력은 그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심지어 평소엔 어렵지 않던 일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런 날에도 어쨌든 하루를 살아낸다. 밥을 먹고, 눈을 뜨고, 길을 걷는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면 무기력이란, 내가 평소에 애써 해오던 그 어떤 일 하나만을 하기 어려운 상태일지 모른다.

무기력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외부 환경 탓으로, 때로는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난 심리적 변화로 찾아온다.
어느 날 조용히 다가와, 소리 없이 일상을 눌러버린다.


하지만 무기력이 찾아왔다는 건, 어쩌면 내가 지금 ‘평소의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는 아닐까.

예전처럼 잘 해내지 못하는 나를 바라보며 ‘왜 그럴까?’ 하고 묻는 그 순간, 이미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번아웃이 그렇듯, 무기력도 결국 무언가를 하려고 애썼던 사람에게 찾아온다. 사람에게는 에너지의 총량이 있다. 어떤 날은 달려야 하고, 어떤 날은 걸어야 한다. 늘 전속력으로만 달릴 수는 없다.

만약 예전처럼 달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순간에는 잠시 걸어가며 숨을 고르는 건 어떨까.
달릴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이, 걸음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꼭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매일, 아주 작은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그 무기력한 하루조차도, 분명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