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들은 요즘 학교에서 상추를 키운다.
지난 식목일, 체험학습에서 받아온 상추 모종을 페트병에 심어서 교실에서 직접 키우는 중이란다.
그래서 요즘, 학교에 다녀온 아들은 종종 나에게도 상추의 안부를 전해준다.
주말 동안 물을 못줘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건강히 잘 자라고 있다든가,
엄지손가락만 하던 상추가 어느새 손바닥만큼 커졌다든가,
나중에 상추가 자라면 꽃이 피는데 거기서 나오는 상추씨를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다시 심으면
상추가 자란다는, 사뭇 전문가 같은 이야기까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는 옛 성인의 말씀을
상추를 키우는 아이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렇게 상추와 사랑에 빠진 아들이 어느 날은 이런 말을 했다.
“학교에 가서 잘 자라고 있는 상추를 보면, 기분이 뿌듯하고 행복해져.
내가 하는 거라고는 물 주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놓아주는 것뿐인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주는 상추를 보면 너무 고맙고 행복해.
‘이게 정말 내가 키운 상추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니까.
우리를 보는 엄마 마음도 그렇겠지? “
두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아이를 보며, 마음 한편이 뭉클했다.
상추 하나를 키우는 아이의 마음이, 엄마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또 그런 엄마의 사랑을 알아주는 아이가 고마웠다.
처음 상추를 키우는 아이처럼,
엄마인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라
아이들을 키우는 매순간순간이 감동이고 고마움의 연속이었다.
아이가 처음 젖을 빨던 그 순간부터
옹알이를 하다가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처음 내뱉던 순간까지..
배밀이를 하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던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시작하던 날이나
졸라맨을 그려놓고 ‘엄마’라며 해맑게 웃던 그날의 미소도...
삐뚤삐뚤한 글씨로 ‘엄마 사랑해요’가 적힌 종이를 건네던 작고 통통하던 손도...
모두가 벅차게 고맙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내가 준 사랑보다,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이 훨씬 컸고
잘 자라준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정말 이 아이를 낳았다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이는 상추를 키우면서 느끼고 있다니.
생명을 키우는 마음은 아이나 어른이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그 상추는 아무래도 아까워서 먹지는 못할 거 같다.
잘 키워서 꽃까지 피우게 둔 다음, 씨앗을 고이 모아 두었다가 두고두고 아이와 함께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