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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고통이 따른다.

by 초콜릿 한스푼 Feb 12. 2025

나는 어릴 때, 키가 갑자기 큰 때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초등학교 2학년 때쯤 한번. 

그리고, 5학년 때쯤 한번. 이런 식으로 키가 자랐던 것 같다. 

키가 클 때, 항상 꿈을 꿨다. 하늘이나, 절벽에서 뚝! 떨어지는 꿈. 

그러면, 몸이 덜커덩하는 느낌이 들었고, 꿈이었지만 속도 실제로 울렁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런데, 어른이 돼서 알았다. 

그건 성장기에 겪는 성장통이었음을. 

키가 자라는 건, 뼈가 자라나는 것과 같은데, 온몸의 세포가 산산조각 나는 고통과 같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느낌은 실제로 잠을 잘 때 꿈으로 느낀 것이었다고 한다. 


성장기 때는 늘 달리는 꿈, 쫓기는 꿈, 하늘에서 떨어지는 꿈들을 그리도 자주 꿨었다. 

그리고, 성장기가 끝나자, 정말 거짓말처럼 위와 같은 꿈들은 단 한 번도 꾸지 않았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난 나이인데, 나는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건, 신체적 성장통이 아닌 정신적 성장통이었음을. 


어릴 때는 내가 원하는 모습 그리고, 마음먹은 대로 내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란 한 판을 훌쩍 넘기도록 살아보니, 살아 갈수록 내 모습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온 나이만큼 삶의 관성이 강해져서 내가 편하고, 자연스러워하는 내 모습을 바꿀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내가 깨닫고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부족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것들을 극복하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성장을 위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인간관계가  참 힘들다. 좋은 관계는 잘 유지하지만, 잘못된 관계 혹은 불편한 관계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상대방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기가 막히게 잘 안다. 그리고, 저 사람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너무 선명하게 깨닫곤 한다.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곤 했다. 


즉,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대와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잘 지내는 척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들이 있으면, 그 감정을 숨기고, 웃는 척! 좋은 척! 하는 '척!' 을 잘 못한다. 

그것이 나의 약점이기도 하고, 내가 고쳐야 하는 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투명한 감정과 표정을 숨기질 못하니, 나는 내가 불편한 존재 혹은 나에게 불편하게 하는 상대를 '피해'버린다. 가까이 있으면 계속 고통을 받으니까. 

또, 그런 존재와 내 감정을 숨기면서 좋은 척을 하고, 내 감정과 다른 말들을 하며 살아갈 자신이 없다. 

내 솔직한 감정 그대로 살지 못하는 것만큼 내게 괴로운 일은 없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이러한 부분에서 능숙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이 부분 때문에 늘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또, 내가 약한 부분이 무엇일까? 


나는 생계를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석 달이 되었다. 

그 일을 처음 시작한 2주 만에 아주 좋은 결과를 얻었고, 그 후 한 달 동안도 좋은 결과는 아니더라도, 좋은 퍼포먼스는 냈었다. 그리고, 또 그 후 한 달 정도부터는 지옥문이 열린 것과 같은 느낌을 느꼈다. 


매일 반복되는 일,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하루에 수백 번도 더 듣고 내 멘털을 지키는 일. 

그 일은 참 쉽지 않았다. 아무리 독한 의지와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그 일은 수시로 나를 부정에 물들게 했다. 하지만, 웃으며, 동료들과 대화를 통해 잊고 또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자 또 다른 어려움이 생겼다. 


그건 바로, 열심히 한 것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매일 집중도 있게 누구보다 내 일에 몰입했다. 그건 내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고, 되든 안되든 나는 나를 위해 그 일에 누구보다도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그 성과는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궁극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하루에 12시간 13시간 일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주 6일 일을 해도 단 돈 만원도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이 나의 멘털을 탈탈 털게 만들었다. 


노력도 하고, 일정한 성과도 만들어내는데 "왜 기다리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 

그리고,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주변의 소식들이 매일 나의 멘털을 깨부쉈다.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그 끝에 결과는 나올 거야. 조금만 더 견디자." 

등등의 말로 나를 매일 다독이며 일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독여도 주변에서 빠르게 퍼지는 나의 상황과는 정반대 되는 소식들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그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조금 더 내 멘털과 마음을 지키기 수월했을까? 아마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 단단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소식들이 나를 점차 부쉈고, 평생 울 눈물을 이때에 흘렸던 것 같다.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는데, 힘든 감정들이 수시로 북받쳐 올라왔고, 나는 일을 하다 말고 중간에 화장실에 가서 숨죽여 운 후, 감정을 추스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언제까지 이 힘든 것을 견딜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이번에도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나는 그다음에 누적되는 생활고를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압박감까지 

모든 것이 나를 짓눌렀다. 


게다가, 시원치 않은 허리 때문에 매일 통증을 견디며, 재활 운동을 병행하면서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12시간 13시간 일을 하는 상황도. 

모든 것들은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견뎠다.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내가 나를 책임지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기에. 

그리고, 누가 나를 책임져 줄 수 있다고 한들. 나는 내 몫을 내 힘으로 견디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누구보다 최선을 다 해서 분투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 

이제 웬만해서는 울지 않았다. 

누가 얼마를 벌었든, 나는 아무것도 못 벌었든.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그저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며 일하게 되었다. 

나를 짓누르는 모든 일들은 그 일이 벌어질 때쯤 다시 생각하는 방식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 몸은? 


디스크가 터져서 다리를 절었고, 근육 경직으로 허리가 구부러지던 몸은. 

고통의 과정을 지나 지금은 약하게 달릴 수 있는 몸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하루에 4시간만 앉아 있어도 통증에 시달려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했던 몸에서 지금은 12시간 13시간을 일해도 견딜 수 있는 몸이 되었다. 


고통만큼 나는 강해졌고, 성장했다. 

몸도. 다만, 정신은 여전히 나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던해졌다는 것에서 만족한다. 

이 순간이 나를 얼마나 더 바꿔 놓을지. 내 인생에서 앞으로 살아갈 때 어떤 도움과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하지만, 기대가 된다. 

내 모습이, 내 태도가 마음에 드니까. 나는 늘 나를 지키며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앞으로 그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성장통은 고통스럽지만, 그 성장통을 통해 바뀌어가는 내 모습은 좋다. 

순전히 내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들이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좋은 트레이너 선생님께도 감사하다.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독하게 말하는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하지만,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나약한 나 자신에게 누구보다 독하게 말해준 선생님이 계셨기에, 나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아픈 것들을 견디며 운동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한 달 전보다 훨씬 더 달라진 몸으로 내 생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나에게 독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계셔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그리고, 그만큼의 돈을 투여할 수 있었던 나 자신의 선택도 참 멋졌노라고. 


여전히 힘들고,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이. 어쩌면, 더 무거움을 더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이 생활의 무거움도 곧 털어낼 수 있으리라고.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긍정적인 마음과는 다르다. 

이건 나를 믿는, 내 노력을 믿는 마음에서 비롯된 확신이니까. 


나는 그간 이러한 시간들을 보내느라 내가 좋아하는 글과 출판 작업에 전념할 수 없었다. 

어쩌면 출판사와의 계약을 해지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다. 


그리고, 이 글을 꾸준히 써서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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