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언제부터였을까?
긍정적인 감정은 한없이 표현을 잘하고,
또, 그것을 표현하는데 서슴없는 반면.
부정적인 감정은 한없이 표현을 못하는 것 같다.
또, 그것을 숨기기에 바빴다.
최근에, 몸도 마음도 한계가 왔던 것 같다.
아마도, 전에 없을 정도로 내 인생에서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면서 과하게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하게 노력하면서, 아등바등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나는 원래 아등바등 거리며 사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것이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에.
그런데, 삶이 어찌 뜻대로만 되는가.
아등바등거리고 싶지 않아도 아등바등 거리며 살 상황으로 몰리자, 결국 그렇게 살게 됨을...
아등바등거리는데, 조금도 나아지는 것이 없는 기분.
그리고, 몸은 또 왜 이리 힘들게 느껴지는지.
새해 전날부터 해서 지금까지 피로는 기본.
독감에 목감기에 몸살에 정말 한시도 몸에서 질병을 떼어놓은 적이 없는 상태로 살아온 것 같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아픈 거 어떻게든 보강하겠다고 12시간 근무 후에는 또 아픈 상태로 아픈 것 참고 몸을 움직이고, 밤에는 통증에 시달리며 깊게 잠들지 못하고,
또 회사에서는 하루종일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아등바등거리고...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내 멘털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까지 가버린 것 같다.
그리고, 도저히 힘들어서 안 되겠을 때.
내가 찾은 것은 '술'이었다.
술을 안 좋아해서 평생 먹은 것을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스스로 그것을 찾았다.
회식을 핑계로 먹긴 했는데,
사실 술을 마시면 힘든 것은 날아가고 기분이 굉장히 좋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술이 감정을 증폭시킨다는 걸 30살이 훨씬 넘어서야 깨달아버렸다.
나의 힘듦은 무언가 트리거로 작용해,
회식 마무리 단계에 눈물이 차올랐다.
사람들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아서 술 취한 상태에서도
그렁그렁한 눈물을 간신히 참고, 택시에 올랐다.
그리고 쉴 틈 없이 터져 나오는 눈물이 그날 밤새도록 흐를 줄 몰랐다.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는데 눈물은 밤새 쉴 틈 없이 흘렀다.
그리고, 그다음 날.
그 그다음 날이 되어도 내 감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언뜻언뜻 힘듦의 생각이 부유하며, 수시로 내 눈에 눈물을 고이게 만들었다.
사실 평생에 걸쳐 이토록 울어본 일이 있었을까?
잘 없다.
나는 크게 화를 내 본 일도, 미친 듯이 욕설을 내뱉거나, 공격적 이어 본적도, 그리고.....
미친 듯이 울어본 적도 없다.
극단적인 것들을 극도로 싫어해서 철저히 이것들을 통제했다.
그런데, 그 둑이 최근에 터져버렸다.
그것도 눈물이라는 소용돌이로.
그리고, 울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그 여파는 한동안 지속되었고,
감정의 가라앉음이 내 면역을 떨어트려 지금까지
몸살과 기침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근데, 생각한다.
그냥, 살면서 계속 무언가를 억누르며 좋은 채로 살아갈 수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