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선생님 왈 " 나는 만화책을 좋아해요"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기관에 거주하고 있는 미영 씨의 병원진료를 위해 동행했다. 사람들이 많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만화책이 눈에 띈다.
일본인 테즈카오사무의 [붓다]로 10권으로 구성된 전집이다. 진료대기실에 만화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것도 불교 ‘붓다’ 관해 만화로 엮은 것은 처음 보았다.
진료가 끝난 후 잽싸게 물어보았다. ”부처님 믿으세요? 붓다라는 책이 있는데..."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는 만화책을 좋아해요 “라고 말한다.
초등학교시절 만화책 본다고 엄마에게 야단맞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목은 [유리가면]이다.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만화는 저급하고, 유해하다’라고 심어진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멀리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지금 생각하니 잘못된 사회적 편견이 무서울 뿐이다.
우연히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융의 생애와 이론을 만화책으로 읽었다. 그림과 같이 내용을 이해하니 쉽게 읽혔다. 작자의 정신세계와 이론의 이해와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그림은 진정한 예술가라 할 수 있다.
만약 어렸을 적 만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없었다면 난 더 많은 양서의 만화로 내 정신세계가 더 확장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큰맘 먹고 전권 10권을 구입했다. 비싼 대추차 10잔을 포기하면 될 듯싶었다. 어찌 보면 매우 저렴한 생각이 들었다. 읽고 나서 이 책은 어떻게 하지! 그 의사 선생님은 진료실에 책을 놓았는데, 나는 미영 씨가 보도록 그녀의 방에 비치하면 될 듯싶다. 지난번에 건네준 [맹자]에 관한 만화책을 보고 무척 좋아한다. 틈틈이 읽고 있다. 시간을 나름 유익하게 보내는 고상한 취미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