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10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by
계영배
Jan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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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sha Epstein(Russian, b.1992)
Secret spot,2023
Oil on canvas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기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 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에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그리고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에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Fields Medal)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에서 2022년
졸업 축사 연설을 했던 내용이다
지금은 한국인 최초 수상
노벨상보다 더 힘든 상 수상자라고
극진대접이지만
중학교 때까지도 수학을 잘하지 못했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1학년때 자퇴를 했으며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간
서울대에서도 F학점을 받으며
6년간 학부를 다니는 등
40세가 되기도 전에 무려
11개의 수학 난제를 증명하고 해결했다며
대단한 상을 받은 그에겐
11개의 몇 곱절은 더 되는
인생 난제들을
홀로 풀어야 되는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가장 모질었었고
그것이 가장 큰 독임을 알기에
후배들에게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부디 친절하기를
재차
주문한 건
아닌지
연초 모두들
온갖 신년 계획 수립에
정신없는 요즘
온갖 매체들에서
몸도 정신도
온통 고쳐야 한다는 게 너무 많아
시작도 전에
벌써 지
치
는 와중
이 모든 계획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또 좌절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얼마나 자주
내가 실망스럽고 진절머리가 날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일을 망치는 것 같아요
.
"
유퀴즈에 출연한
허교수는 말한다
"내가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이
내게는 최적의 경로였어요."
그간 실패의 순간들이
다 약이 됐음을 고백하는데
나 역시 구불구불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생
나는 지금
그 지난한 여정의
어디메쯤 서 있는
걸
까
당분간은
계속 구불구불할 예정이라면
그 먼 길 가는 내게
도움은 못될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하는 건 아
닌
지
그러나
우린 유독 자신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자주 야박한데
"지금도 괜찮아."
알고 보면 우린 모두
작은 것이 고픈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 덕에
슬프게도 우린 자주
하찮은 것에 비참
한
것일른지도
모르겠다
정 인(JUNG-IN) 〈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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