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110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by 계영배

Sasha Epstein(Russian, b.1992)

Secret spot,2023

Oil on canvas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기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 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에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그리고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않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게 되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에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Fields Medal)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가





모교인 서울대에서 2022년

졸업 축사 연설을 했던 내용이다





지금은 한국인 최초 수상

노벨상보다 더 힘든 상 수상자라고

극진대접이지만





중학교 때까지도 수학을 잘하지 못했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1학년때 자퇴를 했으며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간

서울대에서도 F학점을 받으며

6년간 학부를 다니는 등





40세가 되기도 전에 무려

11개의 수학 난제를 증명하고 해결했다며

대단한 상을 받은 그에겐





11개의 몇 곱절은 더 되는

인생 난제들을





홀로 풀어야 되는 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가장 모질었었고





그것이 가장 큰 독임을 알기에





후배들에게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부디 친절하기를

재차 주문한 건 아닌지





연초 모두들

온갖 신년 계획 수립에

정신없는 요즘





온갖 매체들에서





몸도 정신도

온통 고쳐야 한다는 게 너무 많아





시작도 전에

벌써 지는 와중





이 모든 계획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또 좌절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얼마나 자주

내가 실망스럽고 진절머리가 날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일을 망치는 것 같아요."





유퀴즈에 출연한

허교수는 말한다





"내가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이

내게는 최적의 경로였어요."





그간 실패의 순간들이

다 약이 됐음을 고백하는데





나 역시 구불구불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생





나는 지금

그 지난한 여정의

어디메쯤 서 있는





당분간은

계속 구불구불할 예정이라면





그 먼 길 가는 내게

도움은 못될망정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하는 건 아





그러나

우린 유독 자신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자주 야박한데





"지금도 괜찮아."





알고 보면 우린 모두

작은 것이 고픈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 덕에





슬프게도 우린 자주

하찮은 것에 비참 것일른지도

모르겠다





정 인(JUNG-IN) 〈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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