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특수교사 수필집(방과 후 생존 요리 캠프)

by 특수교사 호짠

내가 3명의 아이들과 행복한 중학교 특수학급을 꾸리고 있을 때 이야기이다.

3명의 아이들은 모두 수준이 좋았고, 어떤 활동이든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가득한 멋진 녀석들이었다.

(물론 나도 멋진 교사였다.)


나의 열정과 교사력이 한창 높은 시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과 후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겨울 방학 동안 운영된 '생존 요리' 수업이다.


통상적으로 정해진 메뉴를 학생들의 노력이 한 스푼씩 얹어져 만들어 나누어먹는 요리수업과는 괴가 달랐다.

왜냐면 '생존 요리'이기 때문이다.


일단 사전 회의를 통하여 어떤 메뉴를 만들 것 인지,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레시피는 어떻게 되는지 각각 인터넷 서핑과 회의를 통해 계획서를 작성하였다.


그리고 5시간의 일정은 아래와 같았다.

1교시 - 지역의 마트로 이동해 사전에 정한 음식 재료를 구입

2교시 - 재료 준비 및 요리를 위한 프랩 3 분할하기

3교시 - 각자의 재료와 기구, 화구를 활용하여 요리 수행

4교시 - 각자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피드백 후, 설거지 등 뒷정리하기


나는 통상적인 교사 중심의 한 솥에 만들어 나누어 먹는 요리 수업이 아닌, 학생 스스로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각자 같은 메뉴를 '따로' 만들어 온전히 자신이 만든 메뉴를 먹는 수업을 해보고 싶었다.


첫날부터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학생들에게 낯선 칼 잡는 방법, 뜨거운 화구 등 안전 이슈들....

하지만 나와 훌륭한 학생들은 너무나 대견하게도 떡볶이, 먹고 싶은 라면, 볶음밥 등 실제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스스로 만들고 먹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는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중 화룡점정은 햄버거 만들기 수업이었는데, 유일하게 분업으로 역할을 나누어 공장처럼 햄버거를 찍어내고, 방학 동안 방과 후 수업을 나온 통합학급 친구들과 행정실 직원들에게 우리가 만든 햄버거를 대접하였다.


이 하루를 통해서 특수학급 아이들의 인식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며 느끼는 것이지만 왜 방과후를 하면 내가 더 힘들고 아픈지 확실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때의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과 햄버거 맞은 아직도 나의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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