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일을 시작한 지 11년 차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매년 반복되는 '연수'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매년 찾아오는 이 녀석은, 다시 만날 때마다 덩치가 점점 거대해서져서 나에게 두려움을 주곤 한다.
마치 1년 치를 해결하고 나서 '해치웠나?' 하고 뒤돌아보면 더 거대하게 부활해서 달려드는 괴물 같달까?
물론 정말 중요한 연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심폐 소생술 연수나 교육과정 관련 연수 등 꼭 필요하고 중요한 연수들도 있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매년 몇십 시간을 채워야 하는 온라인 필수 연수를 말하고 싶다.
주변 교사들에게도 묻고 싶다.
아니 교장, 교감, 장학사 혹은 그 위에 더 높으신 분들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은 이러한 온라인 연수를 자리에 앉아서 꼬박꼬박 듣고 있는가?
솔직하게 양심 고백하자면 나는 난 온라인 연수를 듣지 않는다.
정확히는 틀어 놓지만 듣지 않는다.
멋모르는 귀요미 '신규'일 때는 실제로 시간을 들여서 연수를 들어보려 노력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똑같은 내용의 필수 연수를 듣고 있다 보면 최면에 걸린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점점 내용이 많아지는 것도 어려운데, 성 관련만 해도 성폭력, 성인지감수성, 성평등 등등등 조금씩 뉘앙스를 바꾸어서 내용만 부풀려지고 있다. 또 자꾸 청렴하라고 청렴 연수를 강요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횡령은 화장실에서 휴지 넉넉하게 쓰기와 교무실의 커피와 간식 주워 먹기 정도일 뿐이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우리와 같이 '청렴 연수'를 필수로 이수했다면 우리나라는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 텐데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내용의 카테고리가 추가가 되더니 이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학교 수업과 업무를 하면서 연수를 이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렸다.(나의 능력 부족일 지도 모른다.)
이제는 수업을 가면서 영상을 눌러 놓고, 일을 하면서 영상의 다음 버튼을 누르는 게 제법 능숙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필수로 들어야 하는 연수를 이수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나는 성범죄와 횡령을 일삼는 못된 교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작년에는 가까스로 필수 연수를 이수하고 마무리했다.
하지만 더 큰 몸집으로 다시금 다가오는 녀석을 바라보자면 올해보다 내년, 그 이후가 두려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