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리텐션을 위해 하고 있는 실험은 무엇일까
얼마 전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주고받던 중,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들어가 보았다.
바로 "주고받은 선물기록" 기능.
단순한 탭 이름만큼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유저 액션에 대한 flow는 명확했고 가시적이었다.
1. "나"와 선물을 서로 주고받은 친구와, 내가 "받기만 한"친구가 누구였는지 볼 수 있고
→ 2. 내가 "받기만 한"친구들에게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확인 후 혹시 놓친 답례가 있다면
→ 3. 바로 "마음 전달하기"로 그 친구의 위시리스트까지 확인하여 답례 선물을 할 수 있다.
로직 자체는 단순해서 이 기능을 기획한 기획자는 아마 "엇? 내가 이 친구한테는 받기만 했구나~ 이번 기회에 나도 줘야지!" 하는 희망찬 유저들의 구매 액션을 기대했겠지만, 난 이 기능을 보자마자 참... 별로인 유도 액션이라고 느꼈다.
왜일까?
최근에 재밌게 보고 있는 환승연애2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남녀 출연자 10명은 커플이었다가 헤어진 상태로 장기간 합숙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알아가면서도 헤어진 연인과 서로 미련이 생기는 아주 복잡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이 프로그램 중간에 "X룸"이라는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 "X룸"에는 전 연인과 사귈 때 나눴던 메시지, 편지, 선물 등 그야말로 오만가지 추억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 X룸은 입장을 출연자들이 신청할 수 있고, 딱히 X에게 미련이 남지 않았거나 연인에 대한 추억이 고통스러워 보고 싶지 않은 출연자들은 안 볼 수 도 있다.
출연자들 스스로 판도라를 볼지 안 볼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 선물하기가 제공한 "선물기록"은 상단 탭에 위치 해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쉽게 바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했고, 나만해도 이 탭이 궁금해서 눌러봤다가 별로 안 좋게 헤어진 X 또는 손절한 친구에게서 주고받은 선물 히스토리를 강제로 전부 보게 되어 기분이 좀 더러워졌다..^^..
굳이 내가 보고싶다 생각하지도 않은 기능을 어떠한 설명도 없이 보게 되는 기분이란...?
카카오의 메인 타깃은 "인싸들?"밖에 없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 부분이다. 언젠가부터 카카오는 유저들의 "인기에 대한 경쟁심리"만을 노리는 기능들로만 디벨롭을 하고 있다.
이전에도 카카오톡 프로필에 "좋아요 기능"을 넣게 한다는 발표로 많은 유저들의 반감을 산 적이 있는데 이 기능도 지금의 "선물기록"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톡의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른 이용자는 "'좋아요'수가 인기의 척도로 여겨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며 "아웃사이더 기질이 많은 사람들은 이에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사진을 올리는 것도 전보다 더 고민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기사 참조 : 카카오톡 프로필 '좋아요' 업데이트 계획에 이용자들은 "싫어요"
아무리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결국 사람은 사회화된 동물이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적거나 없으면 외롭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남들과 주고받은 선물마저 "기록"으로 보아야 한다니.
개인적으로 카카오가 데려오고 싶은 유저들이 소위 "인싸들"만 이라면 뭐... 어떻게든 이해해 볼 수 있겠다만 그게 아니라면 기획자로써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워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상 제일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던 ux writing이었다.
이 선물기록탭에서 보여주고 있는 기능들이 단순하고 명확한 만큼 ux writing이라도 에둘러 전환을 유도하는 nudge writing였다면 좀 덜 했을 것 같은데, "내가 받기만 한" 선물이라니..ㅋㅋㅋㅋㅋㅠㅠ 이건 도대체 유저에게 구매 전환을 유도하는 건지, 싸우자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만약 나였다면 (애초에 이런 기능을 탭으로 뺄 생각을 절대 안 했을 테지만 어쨌든)
주고받은 친구 ▶ 추억을 공유한 친구
내가 받기만 한 친구 ▶ 날 생각해준 친구
등 이런 식의 sensitive writing을 사용했을 것 같다.
"선물"은 "쇼핑"과 다르다.
이 단순한 워딩에서 나는 참 카카오가 "선물하기" 기능에 대한 유저의 사용 인식에 대해 모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물하기 기능은 단순히 유저가 구매를 하고 가지면서 끝나는 게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고르거나 또 누군가의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준다는 점에 대한 구매 전환 이전의 감성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점을 당연히 카카오톡에서도 알고 있기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메인 브랜딩 문구를 "마음을 전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정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으로도 정말 선물하기 기능이 그렇게 유저들에게 작용하길 바란다면, 전한 마음들을 기록이라는 이상한 기능으로 푸는걸 유저 관점에서 추천하지 않는다.
다행히도 이 글을 짬짬이 쓰면서 오늘 다시 들어가 본 선물하기 탭에는 선물 기록이 없어지고 동물의 날이라는 새로운 탭이 들어와 있었다.
이걸 보고 1. 나 같은 기획자가 갈아엎은 건가? or 2. 해당 구좌가 다이내믹 탭(기획전) 부분이라, 매주 바뀌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 2번으로 요 탭 자체를 여러 가지 실험용으로 시도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첫 번째 실험인 선물 기록은 개인적으로 참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동물의 날 탭은 유기견 후원, 반려동물들 상품들을 알차게 모아둔 구좌라 유쾌하게 잘 보았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그냥 귀여운 게 최고야..)
아마 카카오톡이 계속 선물 기록 탭을 유지했다면, 나는 카카오톡이 가져가고 싶어 하는 메인 타깃 유저가 "only 인싸"라고 땅땅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서 카카오톡 프로필 좋아요 기능이 유저들의 반발로 일단은 홀딩되어 있다는 점이나, 선물 기록 탭도 빠르게 체인지된 걸 보면 그냥 카카오톡도 리텐션 유저를 가져오기 위해 여러 가지 애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ㅎㅎ...
그리고 한편으로는 카카오톡이 본인들의 메인 유저들을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SNS 이용자"들로 좁혀 들어가기에 이런 타율 낮은 실험 기능들이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조금 든다.
카카오톡 유저들은 그냥 카카오톡 유저들이다. 메신저 앱 특성상 사회(회사) & 친구 & 가족들 등 모두가 이어진 오픈 커뮤니케이션 앱인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SNS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SNS 유저로 풀을 좁히지 말고, 카카오톡 만의 타깃 유저를 설정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차별화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 글 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