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인가를 잘하는지 의문이 들 때
두 번째 주인공은 의류학과에 재학 중이며 취업을 고민할 시기인 4학년 대학생, ‘가은(별칭)이다. 내가 요즘 진로 상담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자기도 해달라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러 즉흥적으로 카페에 갔다. 가은이의 고민은 다음과 같았다.
“어떤 직무를 할 지는 대충 골랐는데 내가 이거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어.”
이 고민을 딱 들었을 때, 두 가지의 의문이 생겼다. ‘직무의 종류와 그 직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 직무와 관련된 활동을 해본 걸까?’ 바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과거에 했던 활동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가은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 3개만 꼽아 보라고 하니, 말함과 동시에 답변이 나왔다. 바로 패션과 관련한 동아리였다. 거기서 가은이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했더니, 키워드는 ‘디렉팅, 기획’이었다. 이 부분에서 가은이가 재밌었던 점은 자신이 디자인한 것, 기획한 것이 결과물로 나왔을 때 정말 뿌듯했다고 한다. 다음은 음반 제작 동아리이다. 여기서의 키워드는 ‘작사, 디렉팅, 디자인’이다. 마지막은 홍보 동아리이다. 여기서는 제작을 맡았고, 결과물에 따른 반응이 뿌듯했다고 한다. 여기서의 키워드는 ‘제작, 인정’이다. 나는 이러한 활동 질문을 통해서 가은이가 ‘디렉팅, 기획, 작사, 디자인, 제작’에 관심이 있으며 심지어는 실력도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의 중요한 키워드는 ‘인정’이다. 혼자 작업해서 작업물에서 만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공유하면서 생기는 ‘인정’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다음은 되고 싶은 미래의 나, 상상하기이다. 끌리는 분야를 선택하라고 했고, ‘자기계발, 리더십, 예술 브랜딩’이었다. 원하는 명사는 ‘창의성, 성공, 성장’이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독창성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미래에 이루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 5가지를 말해달라고 했는데, 여기서의 키워드는 역시나 ‘인정’이었다. 자신만의 능력으로 전문성을 길러서 일이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이한 점은 ‘작은 기획사의 무명 아이돌 그룹을 인기 있게 끌어올리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꼭 기획사여야 해?”라고 물었다. 꼭 엔터 분야여야만 하는 건지 궁금했다. 작은 회사 또는 기관을 직접 컨설팅해서 끌어올리는 것도 적성에 맞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은이는 매우 고민하다가 자기는 엔터 분야였으면 한다고 했다. 엔터는 음악과 춤이라는 게 있어서 더 다채로운 예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되고 싶은 미래의 나를 상상하는 시간은 모두 끝났다. 이제 나의 의견을 말할 차례이다. 이때 카페의 마감 시간이 다 되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바람에 집에 가서 자정에 줌 회의로 상담을 했다.
가은이의 관심사는 결론적으로 ‘디자인, 제작, 기획, 음악, 작사, 음원 디렉팅’이다. 여기서 나는 질문을 던졌다. “네가 결정한 직무가, 이런 일을 하는 게 맞아?” 돌아오는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음… 모르겠어. 나도 사실 그 직무에 대해 잘 몰라.” 여기서 나는 생각했다. 직무를 섣불리 정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원래는 졸업을 하고 인턴을 한 다음에 이 직무에 지원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파헤쳐 본 결과, 이 직무가 이러한 일을 하는지 제대로 몰랐으며, 혹여나 그 직무만을 바라보고 준비했다가 자기가 원하는 직무가 아닐 경우에 생길 위험이 예상되었다. 여기서 나는 가치 중립이 안 되었음을 인정하는데, 그 생각은 다음과 같다. 취업만이 진로는 아니며, 취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꼭 인턴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인턴을 하고, 컴활, 엑셀, 토익, 토플 등을 준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삼성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가은이에게는 독창성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은이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생각해야 했다. ‘디자인, 제작, 기획, 음악, 작사, 음원 디렉팅’ 이 모든 것을 하나로 할 수 있으며, 미래 목표까지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딱 떠올랐다.
솔루션은 다음과 같다. 무명 아이돌을 직접 끌어올리고 싶다는 것이, 나는 아이돌 그룹을 ‘브랜딩’하고 싶다는 것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대중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브랜딩 할 수 있는 기회를 생각했는데, 바로 ‘인지도가 없는 밴드 그룹을 브랜딩 하는 경험’이다. 어찌보면 간단한 얘기일 수 있지만, 가은이는 직무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다음 솔루션으로, 아무리 인지도가 없는 밴드라고 해서 브랜딩을 쉽게 허락할 수 없으므로, 그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누군가를 브랜딩 해보는 경험’을 쌓아 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일반인을 전문 인력으로 만드는 퍼스널 브랜딩이다. 그 사람의 전문 분야를 더 나타내는 방법을 고안하고, 말 그대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업이 청소년 지도사 라면, ‘청소년의 자치를 잘 알고 있는 청소년 지도사’ 이렇게 구체적으로 브랜딩 하는 것이다. 이에 맞게 인스타 피드를 청소년 자치와 일관되게 올리고, 이에 맞는 글을 쓰고, 자신만의 스토리로 글을 써서 대중에게 나타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되었다면, 쉽게 밴드들과는 컨택을 할 수 있으니 연결해서 밴드 브랜딩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다. 컨택을 하면, 밴드 그룹의 프로필 촬영, 앨범 표지 제작, 인스타 피드, 홍보, 음원 디렉, 컨셉 기획, 공연 기획 등을 담당하는 것이다. 직접 그룹을 브랜딩 해본 경험이 분명 진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브랜딩 활동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생각하며 활동하고, 따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추천했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한국에서는 자격증과 같은 ‘문서화된 자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 예술과 관련한 자격증을 함께 찾아보며 알아갔다. 가은이는 내 솔루션을 듣고 나서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는 내가 대외활동 같은 것을 추천해줄 줄 알았는데 차별화 된 솔루션을 주니까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서 뿌듯했다.
정리하자면, 가은이는 직무를 골랐는데 이걸 잘하는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요청했지만, 그 직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세상에 어떤 직무들이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잘 모르는 상태였다. 따라서 이야기를 통해 나는 가은이가 잘하는 분야를 찾아냈고 그 경험과 전문성을 갖춰서 그때 직무를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정리한 셈이다. 가은이는 특이한 게 전공을 아예 살리지 않고 아예 다른 분야로 간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공에 소질이 있는데, 흥미가 없어 보였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인가? 싶기도 했다.
나는 가은이와 얘기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은이는 일을 정말 좋아한다. 가은이에게 일이란, 양식 같은 것으로 보인다. 열정적이고 심지어는 잘해낸다. 가은이가 나와의 상담을 계기로 앞으로도 좋아하는 것을 더 찾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