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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지 Jul 25. 2023

시작하기가 두려워요

내가 나를 자책할 때

  네 번째 주인공은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고민인 보리(별칭)이다. 보리는 하고 싶은 게 없어서 고민인데, 관심 분야는 따로 있다고 했다. 나는 ‘그럼 관심 분야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어떤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본격적으로 상담에 들어갔다. 참고로 오늘의 상담은 진로 상담이 아닌 심리 상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활동 되돌아 보기

  보리의 활동을 되돌아 보니, 자신의 말로는 성인이 되고 나서 정말 한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보니 했던 활동이 많았다. 마켓을 열어 판매한 경험, 팀을 이뤄 사회문제를 탐구한 경험, 환경과 관련한 논문을 작성한 경험 등등이 있었다. 이 활동을 하면서 재밌었던 점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기획, 대중, 팀원, 사회 문제’ 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활동에서 기획을 참여했고, 실제로 재밌었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마켓을 여는 활동이면, 아이디어를 내서 기획하고, 판매하기 전 준비, 기부, 신청서 받기, 수익금 정산 등등이 있는데, 여기서 ‘기획, 아이디어 내기’가 재밌었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 보니 큰 아이디어가 있으면 세세하게 계획을 해서 해결하는 것을 잘하는 것 같았다. 즉, 추진력과 책임감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혼자 작업하는 환경 보다는 팀을 이루어 활동 했을 때 더욱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보리에게는 유연성이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발표에도 대응을 잘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과거를 살펴보니 보리는 관심 키워드가 ‘기획, 추진력, 책임감, 유연성, 대처 능력, 문제 해결’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되고 싶은 미래의 나, 상상하기

  다음은 되고 싶은 미래의 나를 상상하기이다. 보리는 끌리는 분야로 ‘철학, 사회, 브랜딩’을 선택했으며, 원하는 명사로 ‘성공, 경제적 자유, 편함’을 선택했다. 그런 다음, 이 키워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사회 문제 자체에 흥미가 있으며 해결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보리에게 성공이라는 단어는 ‘경제적 자유, 여유, 전문성, 열심히 사는 것’ 이라고 한다. 브랜딩은 다른 사람, 혹은 상품, 기관의 컨셉, 목적, 메시지 등을 기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편함’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는 ‘정서적인 편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일단 보리는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무엇을 성취해야 브랜딩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자신이 대표할 수 있는 것 3개는 있어야 한다.’ 라고 했다. ‘표현’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사회적 지위, 명예’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리가 ‘편함’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편함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는 것은 보리가 지금까지 불편한 상황이었고 ‘편함’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편함’이라는 단어를 깊게 파고 들었다. 그랬더니 결과는 다음과 같다.


  왜 편함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냐고 물으니, “나는 무언가를 안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아무 것도 안 하는데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그래서 편함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 같아.” 라고 답했다. “시작을 하면 되잖아?” 라고 물으니, “글쎄, 한 번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데, 시작이 참 어려운 것 같아.” 라고 답했다. 모두 예상했듯이 보리는 ‘완벽주의’가 있었다. 한번 하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시작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밑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 남의 기준에서의 인생 목표

  보리는 구체적인 목표로, ‘완전한 독립(경제적, 물리적), 직업적 성공’를 꼽았다. 나는 여기서 무엇인가 해결되지 않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구체적 목표가 아닌, ‘인생의 목표 설정’으로 넘어갔다. 보리는 인생의 목표를 이렇게 설정했다. ‘남에게 피해 안 끼치면서 내 할 일 하는 사람, 목표하는 것을 잘 해내는 사람, 한심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 이렇게 세 가지이다. 지금까지 상담한 내용으로 봤을 때, 나는 보리가 진로 상담 보다는 심리 상담이 더 우선되어야 함을 느꼈다. 이유는 보리가 성공에 집착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의 인생을 살기 보다는 인생의 기준을 남에게 맞추면서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할 때마다 선택 기준이 남에게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요즘 너 많이 힘들어?” 보리는 말했다. “약간 힘든 건 모르겠는데 항상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긴 해.” 나는 물었다. “너는 보통 남과 자신을 많이 비교하는 것 같아?” 보리는 “맞아. 자꾸 비교하면서 내가 더 낮아지는 느낌은 있어.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하기 싫어” 그래서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질문했다. “하고 싶은데 왜 하고 싶지 않아? 그냥 하면 되잖아.” 보리는 “아까도 말한 것처럼 시작이 두려운 것 같아.” 왜 시작이 두렵냐 물으니, 자신이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을 하며, 심지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도전했다가 내가 못하는 모습을 나타낼까 봐 쉽사리 도전을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했다. “대답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혹시 너는 친구라든지, 부모님이라든지 누구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커? 크다면 그 대상이 누구야?” 보리는 울먹이며 답했다. “부모님인 것 같아.” 나는 계속 물었다. “부모님이 어렸을 때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 보리는 울먹이면서,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자신에게 기대가 매우 컸다고 한다. “네가 무언가를 했는데 결과가 안 좋을 때 부모님의 반응이 어떠셨어?”라고 물으니 혼나거나, 실망하시거나, 표정이 안 좋아지시거나, 말을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보리는 이때부터 펑펑 울면서, “내가 성적을 못 받아 왔을 때… 우셨어. 그래서 그 뒤로부터 내가 잘해야 되는 구나 라고 느낀 것 같아.” 보리는 그 일을 계기로 부모님의 기대에 충족하도록, 하라고 하는 것들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지금 대외활동이나 새로운 것들을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도, 만약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이걸 못 해낸 내가 실망스럽고,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것도 싫다고 했다.



- 솔루션

  그래서 나는 솔루션을 다음과 같이 줬다. “우리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까 해결할 수 있겠다. 그치? 목표를 작게 잡으면 되겠네! 진짜 어려운 거지만 해보자.” 나는 보리의 자아가 보리에게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리 외에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잘 해냈다면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무언가를 못했더라도 위로와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남에게 긍정적으로 대할 수 있을까? 그랬더니 보리가 “나는 그래도 나는 사랑하지 않지만, 남을 좋게 보고 칭찬을 해.” 라고 했다. 나는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잖아. 그게 문제인 거지.” 그랬더니 보리는 말이 없어졌다. 우리는 진로 보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기, 자신에게 혹은 남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기, 실패를 하더라도 인정하기’ 이다. 정말 어려운 것이지만 우리는 이 목표를 향해 노력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러고 나서는 또 다른 솔루션을 줬다.


  시작이 두려우니, 큰 목표를 일단 세워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보리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글로 기록하는 것도 좋아한다. 따라서 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이것이 왜 일어나는지 자신의 생각으로 적어보고, 이를 블로그에 올려보는 것을 추천했다. 또한, 나와 함께 사회 문제 관련 대회를 나가기로 했다. 목표는 ‘우승’이 아닌 ‘완성’이다. 나는 보리가 하나를 시작해서 이를 완성한다면 한층 더 성장한 보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관련 활동을 사이드로 추천해줬고, 보리의 전문성 즉 주력분야를 키우는 것을 추천했다. 보리는 브랜딩, 마케팅, 홍보, 기획에 관심이 있는데(경영학과), 이를 열심히 파고들어 보기를 권했다. 그리고 사회 문제 관련 활동은 모두 사이드로 생각해서 마음의 부담을 덜게끔 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보리의 시각으로 봤을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보리가 중심이 되어 할 수 있는 것, 기획, 예산, 계획 등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을 추천했다. 얘기해본 결과 프로그램 보다는 프로젝트가 더 성향에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나서는 “우리 대회 끝나고 한번 더 보자. 나랑 한번 더 얘기하자. 네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을 조금 깨닫고 나서 그 다음에 활동을 추천해줄게.” 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욱 필요해 보였다.




내가 본 보리의 모습은 밝고, 활기찼는데 사실은 그게 모두 ‘밝은 아이’라는 가면을 썼던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저려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도 벅찬데, 남의 기준에 맞춰 인생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간다. 나는 보리가 오늘을 계기로 ‘남’의 인생에서 ‘나’의 인생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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