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좋좋소
오징어게임, 재밌었지만 올해 내 최애 드라마는 좋좋소. 어눌한 표정 조충범 씨도 아직 생생하다. 어찌나 다들 연기를 잘하는지, 이게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니지, 오히려 다큐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이렇게 나이브하게 하지 않겠지.
나는 오래 직장을 다녔지만 남들이 알 만한 큰 데는 다닌 적이 없다. 본인들은 강소, 남들은 중소/좋소라고 하는 기업. 과장은 있되 영 뻥은 아니라는 데 또 내 손모가지를 건다. 사장 딸 결혼식이라고 저기 지방 어디 결혼식에 강제 초대도 받아봤고. 사장과 같은 종교인 웬 비서 부부가 실장입네 어쩌네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꼬락서니도 몇 년이나 봤다. 사장 별세 후 와이프, 아들들이 번갈아서 사장질 하는 꼴도 봤고.
어느 순간 딸도 같이 좋좋소를 보기 시작했다. 깔깔대면서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그냥 맘껏 비웃는 나와 달리 딸은 자못 심각해질 때가 있다, 정말 저러면 어쩌냐며.
퍽 그렇다. 대기업도 그렇다.
다만 작은 회사는 직접 대면하면서 그 꼬라지를 보고,
대기업은 둘러둘러 여러 단계를 거쳐 보겠지. 때론 매스컴에서 그 짓을 볼 거고. (안 다녀봐서 모르지만.)
그래서 누가 그랬잖나, 고용주로부터 자유로워야 진정한 자유가 온다고.
난 아직도 자유인이 못 되고 있지만. 서로서로 이용하는 거니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