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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별 Nov 28. 2023

청와대가 있는 동네 서촌

집-보금자리

이곳은 오래 된 동네다. 아파트 단지가 아니다. 동네 이곳 저곳을 산책 삼아 걸어도 아기자기 구경할게 있고 재미있다.


산책 겸 운동 삼아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 뜰에 자주 간다. 아름드리 나무들과 고즈넉한 넓은 뜰엔 사람들도 없어 조용하고 좋다. 돌 벤치에 앉아 있다가 나와 청와대 앞길로 간다. 철 따라 온갖 꽃들이 길 양쪽으로 피어있다. 무궁화 동산을 지나 경복고등학교 지나 쭈욱 가다보면 북악산이 그만 가야된다고 팔을 벌리고 서서 막는다. 그 북악산이 개방되었다고 한다. 되돌아 오다보면 살고 싶은 맘이드는 청와대 직원 숙소가 있다. 경찰들이 곳곳에 서 있다. 한적해도 무섭지 않다. 청와대가 개방된다고 한다. 바라만 보던 건물 안을 들어가 볼 수 있어 기대된다. 청와대 광장과 사랑채 앞 마당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흔히 본다. 경찰들이 온종일 경비를 서주니 어떤 날은 어둑어둑 할 때까지도 아이들이 놀고 있다.      


요즘엔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이 밤에도 불이 켜져있다. 통의동엔 갤러리들이 있다. 경복궁 담을 마주하고 있어 주택가쪽인 누상동 옥인동체부동 필운동 누하동에 비해 정돈된 분위기다. 동네 골목골목을 걷다보니 백악관이라는 빌라단지가 있었다. 고급빌라라고 한다. 청와대 보다 이름은 한 수 위다. 우리 집 뒷집에 그 예전 고등고시 합격하시고 정부청사에서 근무하신 할아버지 댁이 있다. 할머니와 가끔 저녁 산책을 하는 날이면 동네 역사를 알려주신다.     


“이 자리에 국민대가 있었지. 할아버지가 근무하던 정부청사가 있어서 이 동네로 이사 왔어. 참여연대도 넓은 한옥이었어. 5층으로 지을 때 뒷집들이 반발이 심했지. 여긴 다 낮은 집들이지.

저 집이 팔렸나봐. 요정집이었어.

안이 보이지 않도록 꽁꽁 싸매듯 담을 높이 쌓아 올린 집이다. 얼마 후 담이 없어지고 빙 둘러 유리창을 만들었다. 안이 잘 들여다보였다.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변했다.      


할머니와는 목욕탕에서도 자주 만난다. 처음 이사 와서 동네 목욕탕에 갔다. 나만 빼고 다들 서로 아는 사이였다. 어떤 이는 김밥을 싸 와 나눠 먹는다. 내게도 한알 입에 넣어 주신다. 어떤 이는 단감을 깎아와 나눠 먹는다. 음료수 나눠 먹는 건 예사다.      


창성동 정부청사도 지금 헐어지고 가림막이 생겼다. 역사책 가게에선 박노해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흑백 사진전이다. 풀꽃 시인 나태주님이 강연차 이 부근에 왔다가 여길 들러 사진전을 관람하고 와락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고 한다. 투숙객 안받는 보안여관은 옛 문인들이 자주 모이던 곳이다.     


청운동 저택들은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교대역 서초동 서울교대 부근 당시 50억 60억대 저택들과도 같고 성북동 같은 분위기다.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부러운 곳이다.


청와대를 가려면 먼저 경복궁을 들리면 좋다.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을 많이 간다. 경복궁 역에서 경복궁으로 연결된 출구가 있다. 경복궁 경내를 구경한 후 향원정과 가까운 영추문으로 나오면 청와대가 금방이다. 바로 보인다. 물론 경복궁역을 나와도 청와대가 눈에 들어온다. 청와대를 보고 나오면 왼쪽은 북촌 오른쪽은 서촌이다. 북촌은 삼청동 정독 도서관 현대미술관 인사동이다. 북촌은 한옥 보존 지역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곳이다.      


퇴직하면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양평 강화등 많은 곳을 가보았다. 남편은 다 싫어했다. 마지막으로 북촌과 서촌을 돌아다녔다. 북촌보다는 서촌이 집값이 싸고 역에서 가까웠다. 서촌 작은 마당이 있는 한옥을 샀다. 집은 아파트라는 관념이 지배적인 남편은 이도 탐탁지 않아했으나 금손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근근히 정붙이며 살고 있다. 층간소음에 예민한 남편은 늘 윗집과 충돌이 잦았다. 애들이 뛰며 살아야지 이해하자 했지만 매번 경비실에 전화를 했다. 청력이 좋지 않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뿐더러 초등교사 아니던가. 당연히 애들은 뛰고 시끄러워야 한다. 가만 있거나 소란스럽지 않은 아이는 아픈 아이다. 복도에서 질주하며 비명을 지르는 아이들을 매일 보며 살았다.   


이 집이 층간소음이 없으니 얼마나 좋냐고 자주 상기시킨다. 늙으면 귀도 눈도 흐릿해지는게 나쁘지 않다. 나이 들면 남의 잘못을 보지 말고 듣지 말라는 자연의 섭리다.      


우리 집은 옛 궁녀가 살던 집이라고 했다. 북촌은 경복궁에 벼슬자리 하던 사대부와 양반들이 주로 살던 곳이고 서촌은 경복궁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이나 중인들 궁녀들이 살던 곳이다. 우리 집에서 그동안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 큰 집으로 옮겨갔다. 집수리 과정을 찍어둔 사진들을 가져다주어 가스나 수도 배관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요즘은 새 정부가 들어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로 인해 경찰버스들이 진을 치고 있어 인왕산을 간다. 인왕산 입구 수성동 계곡은 비 온 뒤 꼭 간다. 비가 그치자마자 간다. 온산을 울리는 폭포 소리와 여러 구비 떨어지는 폭포수는 마음이 시원해진다. 바위를 급히 뛰어내려가는 폭포는 마음 어딘가 걸려 있는 내 답답함을 갖고 달려가는듯 하다. 겸재 정선의 인왕 제색도의 실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봄이 되자 산수유를 시작으로 옥잠화 순 오동통통한 아기 손 같은 돌단풍 순 붉은 작약 순이 삐죽삐죽 소리 없이 나온다. 벌개미취꽃이 피던 자리엔 아직 순이 보이질 않는다. 산은 춥나보다. 우리 집 벌개미취는 순이 벌써 뜯어 나물해도 될 만큼 돋아났다. 필운동의 배화여대 내에 있는 필운대는 수성동 계곡과 함께 옛 선비들의 나들이 장소였다. 복사꽃 필 때면 벗들과 함께 시도 읊고 그림도 그리던 진경시 진경산수화의 근원지다. 필운대로 양쪽엔 벚꽃 길이 있다. 봉우리가 잔뜩 맺혀 곧 터뜨릴 기세다. 다음 날 아침 나가보니 벌써 활짝 피어 세상이 환하다. 윤동주 하숙집터 이상범 화가의 집, 노천명 시인의 생가 이상의 집이 가까이 있다.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옥은 개방되어 구경할 수 있다. 박노수 미술관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도 생긴지 100년이 넘은 내 보물 내 서재인 종로 도서관도 있다. 가까이에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골목 공갈빵집 아주머니가 만든 벽화


수성동 계곡-우르릉 쿵쾅 쩌렁쩌렁 울리는 폭포 소리는 운동회의 꽃 마지막 청백 계주시 역전 순간에 울려 퍼지는 전교생의 함성소리를 연상케 한다. 힘껏 내달리는 계주 선수는 급히 내달리는 폭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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