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모일기] 못된 선생님

이걸 왜 몰라?

by 래미

“나 좀 도와줄래?”

부탁하듯 조심스레 던져진 한마디.

귀찮음이 덕지덕지 붙은 발걸음이 묵직해진다.


다가가 보니, 엄마의 이마엔 이미 불만이 깊게 새겨져 있다.

유독 디지털에 약한 엄마는 오늘도

말없는 핸드폰과 사투 중이다.


얼굴은 지쳤고, 손끝엔 짜증이 묻어 있다.

화면엔 또 다른 오류 메시지.

한자처럼 얇디얇은 인내심으로는

그 냉정한 문장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한다.

… 사실은, 짜증부터 꺼냈다.


“이걸 누르면 되잖아~!”

“아, 엄마 진짜… 그게 아니라니까…”


마음속에서는

‘다정하게, 천천히, 친절하게’를 되뇌는데

입 밖으로는 목소리가 자꾸만 롤러코스터처럼 튀어나온다.


귀찮음이 덕지덕지 붙은 내 얼굴을 보고

엄마는 슬그머니 고개를 숙인다.

어깨가 작아진다.


나는 한때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뭔가 알려주고,

모르는 걸 알게 되는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게 좋았다.


그런데 왜,

엄마 앞에서만 나는 이렇게

못된 선생님이 되는 걸까.


왜 엄마에게만 이렇게 짜증이 날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마, 엄마가 약해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늘 뭐든 해내는 사람이다.

무거운 것도 척척 옮기고,

복잡한 상황도 뚝딱 해결하고,

늘 누군가의 보호자였고,

나에겐 언제나 히어로 같은 존재였다.


그런 엄마가,

작은 스마트폰 하나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할 때면

내 안의 무언가가 거칠게 반응한다.

“왜 이것도 몰라? “는 말,

사실은 “왜 엄마가 이렇게 약해졌지?”에 가까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여전히 엄마인데,

내가 자란 만큼 엄마는 조금 작아졌고,

그 작아진 틈에 난 당황했고,

그 당황함을 짜증으로 밀어냈다.


엄마는 여전히 묻고,

나는 여전히 가르치며 가끔 짜증 낸다.

그래도 요즘은, 짜증을 내고 난 후

한 박자 쉬어, 다시 다정하게 말하려 노력 중이다.


언젠가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된다면

그건 엄마 덕분일 것이다.

나를 가장 못되게도,

가장 성숙하게도 만든

세상 하나뿐인 제자, 엄마야. 고마워




작가의 이전글[육모일기]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