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by 무름

선배가 말했다. "인간은 모태에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불완전해지는 거야." 선배의 눈동자엔 형언할 수 없는 쓸쓸함이 고여 있었다.


내가 침묵하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다들 완전해지려고 타인을 찾아 헤매지. 참 아이러니하지 않아? 탄생의 축복이라 불리는 일이 실은 외로움의 근본적인 시초라는 게."


​"그렇다면 성경에서 말하는 원죄는 출산과 맞닿아 있겠네요."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해 무심코 뱉은 말이었다.


​"글쎄, 성경 같은 건 몰라. 하지만 정말 그렇게 적혀 있다면 신을 믿어봐도 좋겠네."


​다행이었다. 나 역시 종교에는 문외한이었으니까. "그럼 선배는 아이를 갖는 게 싫겠네요."


​그녀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글쎄?"

​우리는 그날부터 연인이 되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는 또 하나의 외로움을 빚어내겠지. 그럼에도 그 행위에 어떤 의미가 깃들 거라 믿는다.


​외로운 삶이 반드시 괴로운 것만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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