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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Aug 26. 2024

책들의 시간 99. 주말엔 숲으로

# 마스다 미리 만화_박정임 옮김_이봄

  나는 이 책이 왜 좋을까? 이번 여행 중 ‘낯가리는 책방’에서 만난 책. 서점 지기의 개인 소장 책으로, 50퍼센트 할인된 금액으로 살 수 있었다. 좋다. 여행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제목도 ‘주말엔 숲으로’. 여행에 정말 잘 어울린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아껴서 밤마다, 때마다, 시나브로 읽었다. 읽다가 덮어두고, 또 읽다가 덮어두고. 다 읽어가는 게 못내 아쉬워서 책을 다 덮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려놓았다. 나는 이 책이 좋다. 왜 좋을까,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1. 누가 보지 않아도 피는 꽃


  이런 눈 속에 누가 보지도 않는데, 그렇지만 피었어. 예쁘다. 정말. 

  누가 보지 않아도 핀다는 것, 참 싱그러운 느낌이야. 

  글쎄, 어차피 필 거라면 난 누군가가 봐주었으면 해. 

  응. 

  그렇지만 참 예쁘다. (15쪽)


  산책을 하다 보면, 정말 이름도 잘 모르는 꽃을 발견할 때가 많다. 우거진 나무에 핀 꽃은 검색을 해 보면 이름을 쉽게 알 수 있지만 검색을 해도 잘 모르는 꽃이 더 많다. 자연의 신비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꽃. 그걸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길 바랐다.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고, 모여 이야기를 할 때면 어느 순간 모두가 내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럼 나는 더 재밌게, 더 흥미롭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 때론 분위기를 더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 과장도 해 가며 이야기를 했다. 그럴 때 많이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거였다. 적당히 자조적으로, 적당히 스스로를 비하하면서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럴 때 내 마음에는 두 가지 생각들이 있었다. 하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나를 비하하면서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러면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활발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 이런 마음. 


  나는 그 당시에 힘들었나 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괜찮다,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나 보다. 커 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면서 조금씩 바뀌긴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도 익숙해졌고, 굳이 모여 이야기하는 순간에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았고, 때때로 문득문득 옛날의 그 버릇이 나올 때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어차피 필 거라면 누가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누가 보지 않아도 피는 그 싱그러움 사이. 그 마음을 잘 안다. 그리고 만화 속 두 친구의 대화는 긍정의 ‘응’ 상대방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참 좋다. 

  지금 나는, 누가 보지 않아도 피는 꽃이다.          


2. 달의 뒷면을 모르는 것, 그대로 좋은. 


달 뒷면은 어떤 모양일까? 달은 언제나 같은 면이 지구를 향하고 있대. 

그렇구나

그러니까 우리들은 달의 뒷면을 모르는 거지. 그건 또 그대로 좋은 지도. 달은 달이니까. (96쪽)


  저녁 무렵 산책을 하다 저녁달을 보았다. 나는 커다란 보름달보다 손톱달을 더 좋아하긴 한다. 보름달의 그 빛이 나에게는 너무 커 괜스레 부끄러워지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손톱달을 만났을 때 기분이 더 좋다. 오늘 그렇게 손톱달을 만났다.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저녁 어스름 빛, 구름 옆에 저녁달. 얼마나 좋던지 한참을 바라봤다.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참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냈다. 사진 속 작은달을 발견하면 좋겠단 마음이 있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달은 언제나 같은 면이 지구를 향하고 있다는 것. 찾아봐야겠다. 정말인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달의 뒷면을 모르는 거지만 그대로 좋다는 것. 달은 달이니까. 작가의 그 말에 공감이 갔다. 

  편견이 강한 나는 한번 좋아한 사람을 참 오래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 반대일 때도 많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는 어떤 사람들의 모습, 그게 참 좋아서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때론 보이지 않는 어떤 면들을 모른 채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아직은, 달처럼 뒷면을 몰라도 좋은 사람들만 좋아하면서 살고 싶다.      


3. 정리     


  이 책이 이처럼 좋은 이유는 뭘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읽을수록 공감하게 되는 것,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 결국 내가 원하는 어떤 삶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있으며, 굳이 농사를 짓지 않고 전원생활을 하지 않아도 시골 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남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있다. 좋은 친구들과의 맛있는 만찬을 통해 위로를 경험하는 삶에 대하여 보여 주고 있다.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 ‘타박타박 걷다 보면 하루하루가 반짝반짝’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삶, 좋다. 좋은 것 같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어차피 필 거라면 누가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누가 보지 않아도 피는 그 싱그러움 사이, 여러분은 어떤 마음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답이 없는 무거운 질문들에 마음이 짓눌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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