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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Sep 27. 2022

책들의 시간 1

★ 다정한 개인주의자_김민희 지음_메디치 ★

  내가, 아, 내가.

  책을 다 덮고 난 뒤의 느낌이다. 이 책은 ‘K-컬처를 다진 조용한 실력자, X세대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이다. 나는 세대론에 대하여 사실, 잘 느끼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며, 그 주류에서 늘 벗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생각에 이르는 과정에서 ‘세대론’은 방송을 통하여 접하였고, X세대, 밀레니엄 세대, 그리고 지금의 MZ세대까지, 어디서 들어는 봤었던 하나의 개념이지, 그 세대론에서 나는 자유롭다고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가 잘 안 되는 젊은 동료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시선에서 ‘MZ세대는 다 그래?’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면서, 세대론이 궁금해졌다. 그럼, 나는 무슨 세대였지?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은 어떻지? 이런 생각들. 그때 찾게 된 책이 바로 ‘다정한 개인주의자’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아, 내가!’이런 생각이 들었던 건 그만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말해주는 부분들이 많았으며, 책의 첫 장에 저자가 말한 것처럼, ‘당신은 당신이 아는 그 이상일 수 있다’는 구절에 작지만 단단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70년대 생, X세대라면.   

   

1. 돈키호테 세대.


그래서 나는 X세대를 돈키호테 세대로 명명한다. 이룰 수 없는 무모한 꿈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돈키호테. 일찌감치 목표를 정해놓고 앞을 향해 달려가는 돈키호테처럼 X세대는 그저 달린다. 목표 중독의 관성 때문이다. ‘아, 시대가 변했구나. 근면과 성실, 열정과 패기만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구나’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관성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달리는 과정에서 차곡차곡 쌓인 실력은 어디 가지 않고 고스란히 성장의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128쪽)


  저자는 X세대를 돈키호테 세대라고 명명하고 있다. 공감이 갔다. 그저, 달리는 세대. 그래서 앞선 세대의 성공 방침을 따라는 가지만, 그 성공 방침이 이제는 더 이상 천편일률적인 성공 방식이 아닌 것. 세상을 살아내다 보면,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또 드라마에서나 방송에서도, ‘열심히 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야. 잘해야지.’ 그런 대사를 듣게 되기도 하고. ‘열심히’를 보상받던 세대에서 넘어와 X세대는 열심히 한다고 하여 잘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시대도 지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멈추지 못하는 세대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런 삶의 모습이 성장의 발판이 되리라고 말한다. 가만 생각해본다. 나의 삶을. 70년대 말에 태어난, X세대의 거의 마지막 세대. 어느 순간 나는 열심히도 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열심히는 하지 않지만, 책임감은 있어, 묵묵히 내 일을 해내는 그런 삶.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다행히 열정과 패기는 없어, 리더의 삶을 살기보다는 팔로우의 삶을 사는 것이 더 편한. 저자는 돈키호테의 세대들이 결국은 잡초의 경쟁력으로 ‘조용한 실력자들의 세대’로 살아남는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저 눈에 띄지 않는,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 여섯 개의 세대, 그중 MZ세대.


하지만 한국의 세대론에서 한 세대는 10년 주기를 지칭한다. 10년마다 새로운 세대가 탄생한다는 이야기다. 산업화 세대와 베이비부머가, 베이비부머와 86세대가 조금씩 다르고, 86세대와 X세대는 서로 다른 인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단절감이 심하며,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방식 차이도 크다. 기성세대는 MZ세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보지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또 다르다. 이들의 차이는 베이버 부머와 X세대의 차이만큼이나 천양지차다. 베이버 부머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의 자녀인 Z세대는 그들 부모의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았기 때문이다.(142쪽)


   이렇게 다른 세대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세대 간의 갈등은 어쩌면 당연지사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근무하는 20대 말, 30대 초인 분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의 글처럼 ‘도대체 왜 저럴까?’를 하루에 서너 번은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MZ세대는 다 저런 거야?’ 그렇게 생각해왔더랬다. 하지만 저자는 MZ세대의 키워드를 진정성으로 보고 있다. MZ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진정성을 나는 사실, 나의 동료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자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X세대의 과업으로 ‘서로 다른 세대의 중재자’ 역할을 말하고 있다. 이게 바로, 이 책의 제목인 ‘다정한 개인주의자’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대를 이해하는 힘.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각기 다른 세대에게 있어 다정함을 보일 수 있는 힘. 그게 X세대가 지녀야 하는 과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아주 조금은, 아주아주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다.      

 

3. 정리

  그래, 이 책은 내 안의 작은 힘들을 발견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세대에 대한 이해가 굳이 필요할까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타인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힘의 원천을 발견하기 위해서 세대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해보니 시도하기도 전에 느껴졌던 그 까마득한 두려움은 실체가 아니라 과장된 두려움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두려움의 감옥은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이었고, 권력을 곧 실력으로 착각한 이들에게 억누름을 당해서 생긴 마음의 감옥이었다. 나 같은 X세대 친구들을 무수히 보아왔다. 두려움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펴보지도 못한 채 그저 묻혀 있는 친구들을.(257쪽)


  저자의 ‘다시, 용기를’이라는 구절처럼, 나도, 다시 세상을 살아간다. 늘 살아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구석의 다른 마음의 불을 지피며,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다정한 개인주의자라는 말이 참 좋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타고난 성격인 줄 알았던 자신의 성격 중, 세대론의 산물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은 무엇입니까?

2) 서로 다른 세대의 중재자로서, X세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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