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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Sep 27. 2022

책들의 시간 2_한 번쯤 그렇게 고민하고 있다면.

#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_생강 지음_로그인

  브런치를 통해 재미있게 봤던 글이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는 기쁜 마음에 빌렸다. 생강님의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생각의 과정이 너무 좋아서 책을 재미있게 잘 읽었다. 브런치에서 만났을 때에도 좋았는데, 이렇게 종이책으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회사 가기 싫으면 뭐 하고 싶은데?’ 제목이 길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라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들썩였다. 읽고 싶어서.      


1. 무채색의 삶,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스스로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대학교 때였던 것 같다. 선배들과 후배들이 만나,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신을 색깔로 표현해 보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무슨 활동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기유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나왔던 이야기였겠지. 그때 나는 나를 갈색 정도로 표현했던 것 같다. 그냥 흙 색깔. 배경 색깔. 절대 눈에 띄지 않는 색깔. 어쩔 땐 푸르디푸른 하늘빛을 꿈꾸었던 적도 있고, 순수함을 간직한 샛노란 색이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다지 예쁘지 않았고, 적당히 공부를 잘했지만, 정말 잘하지 않았기에, 안경 쓴 곱슬머리 뚱뚱한 여학생에겐 항상 낮은 자존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난 갈색, 그게 나를 표현하는 색이라고 생각해왔다 배경이 되어주는. 절대 주인공이기를 바라지 않는. 때로는 그림자도 괜찮은. 

  20여 년의 시간이 지나, 자존감 낮은 학생은 적당히 사회생활을 하며, 적당히 사랑을 받고, 적당히 가정을 이루어 삶을 살아내면서, 그래, 이게 배경색이지. 그렇게 잘 받아들이면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나의 무채색에 대해 크게 고민해본 적은 거의 없었다’라고 표현하는 그 구절이 나는 완전 공감이 갔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렇게 받아들이는 삶. 그래서 적당히, 적당히 살아가는 삶. 하지만 작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행’에 대하여 생각하고 회사에서 가져온 부정적인 기분이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나머지 삶마저 물들이는(61쪽) 그런 삶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나는 생각해보았다. 나는 나의 '무채색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여전히 괜찮다 여기고 있는가? 나의 대답은 여전히 ‘괜찮다’이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 것이 바로 삶과 일의 균형, ‘워라밸’이다. 이미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으면서, 나는 나의 무채색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의도하지 않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게 된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대하여는 무관심한지, 그리고 나는 언제 기쁜지, 언제 슬픈지, 슬플 때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은지. 그래서 나는 작가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좋았고 응원하게 되었으며, 결국 작가가 자신의 삶에서 일기를 쓰며 찾아가는 삶의 균형을 발견해내는 것이 좋았다.     


 

2.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      


  작가는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결단을 내린다. 퇴사를 하고 발리로 떠나는 것. 그리고 치료사와의 만남을 통해 천천히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다. 작가는 살다 보면 특별한 날보다는 그렇지 않은 하루가 더 많음을 알고 행복한 일도 없고 열심히 살지도 않은 그저 그런 날의 지극히 짧고 사소한 기록(233쪽)들을 통해 스스로 균형을 향해 나아간다. 

  나에게 있어 삶의 균형은 무엇을 지키는 일이었을까? 어린 나이의 결혼과 출산은 책임감보다는 회피의 마음을 주었다. 그래서 결국 아이는 직접 키우지 못하고 시어머니께서 대신 키워 주셨다.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에야 같이 살게 되었지만, 누군가를 위한 양육은 부담이고 힘듦이었으며, 나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데 내가 누굴 챙기냐는 자책감이 더해져 가는 나날이었다. 여기에서 가장 필요한 건, 나에겐 인정, 받아들임. '나는 못한다, 나는 잘하려고 하는 마음조차 가지기 힘든 사람이다.'라는 인정. 그렇게 스스로를 인정하고 나니, 잘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는 일이었다. 밥을 잘 챙겨주지는 못하지만, 맛있는 걸 열심히 사 주었고, 청소를 잘하지 못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업체에 청소를 부탁하였다. 대신 함께 영화를 많이 보았고, 어딜 가나 잘 데려다주었으며, 그 아이의 자유시간을 인정해 주고, 간섭하지 않았다. 관계의 최선이었음을 믿는다. 그렇게 나는 '나'를 지키면서, 나를 둘러싼 관계도 유지할 수 있었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나는 아주 천천히,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비교하지 않는 것.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못하는 것을 굳이 잘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이 무채색의 나의 삶, 균형 잡힌 삶을 만들어 내었다고 생각한다. 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집에서도 일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지만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는 시간은 아까웠다. 하지만 점점 내 생각도 달라지고 바뀌어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제는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분리수거가 귀찮아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게 되고, 5첩, 7첩 반상이어야 했던 식사시간도 단출한 밥 한 그릇, 국 없이 입에 맞는 반찬 두 가지면 충분히 맛있게 잘 먹는다. 산 물건들을 그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소비하는 것, 과하게 물건을 사 들이지 않는 것, 퇴근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 굳이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것, 일주일에 약속을 너무 많이 만들지 않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식사 등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누리며 사는 것. 그것이 삶의 균형임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작가의 책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가 정말 자신의 삶의 균형을 발견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이 찾아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회사 생활 또는 일상에 염증을 느낄 때 스스로만의 극복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2.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균형은 무엇을 말하며,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삶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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