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헬의 만두는)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만두를 빚는다. 추석 즈음과 연말에 빚는 만두는 반드시 행하여야만 하는 나만의 국률이다. 갈비에는 냉면이 국률인 것처럼. 그날 외에도 가끔 만두를 빚을 때가 있다. 근심과 화가 가슴에 가득할 때다. 근심과 화를 만두소로 만들어 터지지 않게 꾹꾹 눌러가며 만두피의 가장자리를 마무리한다. 때문에 펄펄 끓는 사골국 솥 안에서도 절대로 터지는 일은 없다. 일부러 건드리기 전에는.
특별히 연말에 빚는 만두는 나에게 그 의미가 상당하다. 지난 일 년 동안의 모든 슬픔과 아픔 그리고 억울함과 노여움을 소로 만들기 때문이다. 큼직하고 찰진 찹쌀 만두피는 소를 가득 넣어도 터지지 않는다. 욕심내어 소를 더 넣다가 터진 만두를 보면 내가 이리도 욕심이 많을까에 자신을 책망할밖에. 연말에 빚는 만두는 크기도 양도 대단하다. 그만큼 내 안에 엉킨 것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듯. 기쁨이나 행복은 소 안에 넣지 않는다. 그것 들이야 말로 나를 숨 쉬게 하고 응원해 주는 유일한 것 이기에.
만두를 빚을 때마다 곰곰이 생각한다. 왜 내 안에는 화와 억울함이 이리도 많은지. 그리고 그것들을 들키지 않으려고 몇 개의 가면을 바꿔 써가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지를. 아마 어린 시절의 아픔이 몸에 그대로 스며있기 때문일지도.
올해의 만두는 크기는 여전히 왕만두의 모습으로 세상으로 나왔지만 그 숫자는 몇 개 안 된다. 늘 빚었던 수십 개의 왕만두는 나쁜 기억들의 나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때문에 딱 일곱 개만 빚었다. 정성을 다해 터지지 않게 조심해서. 일곱 개의 만두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했다. 서러움 억울함 외로움 그리움.....
뽀얗게 잘 우려진 사골국과 만두 위에 얹을 고명도 준비했다. 하루에 한 개씩만 먹을 생각이다. 욕심내어 한번에 두세 개씩 먹으면 위가 탈이 날것이 자명하기에. 먹을 때마다 소멸되는 나쁜 기억과 화는 새날을 살아가라는 선물일 테다.
내 마음 같이 진하고 고소한 뽀얀 사골국은 베이스다. 방짜대접 속, 정갈한 황백지단과 참기름 냄새 고소한 고기고명을 사뿐히 얹은 만두 한 알. 나를 위한 의미 있는 새해 첫날 첫 상차림에 진심을 더한다. 엊그제 담근 볼 그래 한 나박김치와 함께.
유난히 의미 있는 만둣국을 국물부터 맛본 후 조심스럽게 수저로 만두를 지그시 건드린다. 새해 첫 만두의 의미는 억울함이다. 한 수저 목으로 넘기면서 이제 더는 억울함 없이 살자며 꿀꺽 삼킨다. 그 맛이 일품이다.
내일은 서러움을 먹으려 한다. 이렇게 칠일 후에는 내 옆을 어슬렁거렸던 모든 슬픔과 화가 사라지고 오직 기쁨과 소망만이 나를 지켜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 빚을 수천수만의 만두는 오직 건강과 행복만 가득한 만두소로 빚을 테다. 바라기는, 내가 빚은 기쁨의 왕만두를 내 주위의 모든 아름다운 이들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