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질이 급하다.
타고 났다.
머리 속에 해야할 일이 있으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겁고 찝찝한 마음을 견뎌내야 하는데 불안하여 감당할 수 없다.
마감 기한이 여유로움에도 불구하고 해야할 일이라고 인지하는 순간부터
마음 속에 콕 박혀 그 일에 대한 생각을 모으기 시작한다.
나는 유독 내 역할, 내가 해야하는 일에 대한 강박이 있다.
책임감이 강하기보다 스트레스라는 표현이 더 맞다.
나는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집안에서의 일, 내가 해야하는 역할, 일적인 부분에서 해야하는 것들을 메모하며
수행하기 위해 애쓴다.
문제는 급한 성미와 맞닿아 과도한 불안을 형성하는 것이다.
빨리빨리 해야할 일을 해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강한 압박감을 느낀다.
쓸떼없는 불안에 휩싸여 감정 소모를 하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을 하게 하고,
지금 나를 둘러싼 환경을 그림자로 전락시킨다.
참으로 고쳐지지 않고 고약하게 나에게 들러붙어 마음을 힘들게 한다.
엄마가 되고 부터 몇년 전 부터 과도한 증상을 보이는 듯 한데
누구도 나에게 부과하지 않은 일이고 부담이 많은 일도 아님에도
버거운 마음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내 마음과 몸을 오바하여 사용하니 스트레쓰가 쌓인다.
일하고 집에가서 내 몸뚱이가 피곤하면 좀 쉴 수 있는데,
정해진 일을 서둘러서 한다.
아이들 옷 정리, 책가방 정리, 빨래 정리, 저녁 준비, 숙제 봐주기, 씻겨주기, 등등등이
나의 저녁 집안 일거리인데 이 모든 것을 설렁설렁 중간중간 쉬면서 하면 되는데
호다닥 호다닥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하나 클리어, 다음 클리어, 자 그다음은?
캔디의 마음가짐으로 연타석으로 해치운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마음이 문제다.
몸이 피곤하다는 신호를 무시한 채 몸을 쉴새없이 움직이니 불쑥 짜증이 올라온다.
그러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뭘 해달라 하거나 예기치 않은 일거리가 추가되면 화가 시작된다.
답답하다. 안하면 되고, 쉬었다 하면 되는 데 그 해야할 일을 넘기지 못하고,
눈에 꼭꼭 담아 지금 빨리, 당장 해야한다.
업무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급하지 않은 일임에도 팝 하고 떠오르면 빨리빨리 밀어부친다.
그 순간에 좀 쉬어도 되는데 마음이 편치 않으니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
어떠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불안하고, 두렵고, 괴롭다.
그래서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소비를 하는 것이 싫어서 불편한 마음이 들게하는 생각을
행동으로 빨리 옮겨서 불안의 씨앗을 없애버리고자 한 것이다.
다행히도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서 균형과 정리, 공격성에 대한 생각과 행동은 없지만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몸과 정신의 발란스를 무시하여
밀어부치니 이것이 또 화와 연결된다는 점이 큰 문제다.
한꺼번에 해야할 일을 빨리 끝내고, 한번에 내리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순간 순간의 쉼이 필요한 것 같다.
아이들이 하는 말과 표정을 더 들여다 보고, 그 상황 속에 어울려지고 버무려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