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5일 삼성 라이온즈는 3년 간 팀을 위해 뛰어 준 호세 피렐라와의 이별을 뒤로 하고 총액 100만 달러에 새로운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을 영입했습니다. 데이비드 맥키넌은 2017년 32라운드 전체 955번으로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입단한 미국 국적의 내야수(1루수, 3루수)입니다. 2021년 AA에서 활약했고, 2022년 AAA를 거치며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결과 2023년 일본의 NPB로 이적하게 됩니다. 이후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토노사키 슈타와 함께 타선을 이끌었지만 세이부 라이온즈는 재정적 문제 때문인지 재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코너 내야수를 원했던 KBO의 또다른 라이온즈가 맥키넌을 낚아챕니다.
[데이비드 맥키넌 (출처: 삼성 라이온즈 공식 SNS)]
[24년 5월 7일 기준 맥키넌의 KBO 성적]
119타수 46안타 (공동 7위) 3홈런 (공동 33위) 18타점 (공동 36위) 17득점 (공동 39위)
타율 .387 (2위) / 출루율 .479 (1위) / 장타율 .504 (19위) / OPS .983 (6위)
그리고 2024년 5월 7일 기준으로 맥키넌은 리그 타율 1위, 출루율 2위 등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삼성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고 이에 힘입은 삼성 역시 현재 리그 3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입니다. 맥키넌의 특이한 점은 현재 장타보다 단타와 출루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맥키넌의 특징과 스타일을 분석해보고 앞으로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AA, AAA 기록은 Baseball Reference를, NPB 기록은 baseballdata를, KBO 기록은 STATIZ를, 타구 메트릭스는 fangraphs와 2itracking를 참고했습니다.
마이너리그의 경우 세부 데이터가 제공되지 않고, NPB의 경우 세이버 열람을 위해 유료 사이트를 참고해야 했기에 분석의 한계가 존재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최근 3년간의 성적
2021년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AA
365타수 104안타 13홈런 65타점 53득점
타율 .285 / 출루율 .380 / 장타율 .474 / OPS .854
2022년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AAA
289타수 92안타 15홈런 54타점 53득점
타율 .318 / 출루율 .416 / 장타율 .585 / OPS 1.001
메이저
50타수 7안타 0홈런 6타점 2득점
타율 .140 / 출루율 .228 / 장타율 .140 / OPS .368
2023년
소속팀: 세이부 라이온즈
464타수 120안타 (12위) 15홈런 (공동 10위) 50타점 (11위) 50득점 (13위)
타율 .259 (13위) / 출루율 .327 (13위) / 장타율 .401 (10위) / OPS .728 (10위)
AAA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메이저의 콜업을 받았으나 빅리그의 벽은 높았습니다. NPB 이적 후에는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퍼시픽 리그 내 10위권의 성적을 보였습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낮아 보이지만 퍼시픽 리그의 당해 타격지표를 살펴본다면 심한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났기에 상대적인 가치는 높은 선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세이부 라이온즈가 퍼시픽 리그 6팀 중 5위를 기록했고 토노사키 슈타와 함께 타선을 이끄는 타자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준 선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스타일 분석
1. 선구안과 장타력을 갖춘 OPS 히터
스타일 상으로는 좋은 선구안과 뛰어난 장타생산능력을 모두 갖춘 갭히터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AAA 시절 3/4/5, NPB 시절 2/3/4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현대야구에서 필요한 OPS 히터임을 증명했기 때문에 특출난 홈런 타자가 아님에도 삼성 라이온즈의 부름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3년 간 순출루율과 BB%]
2021(AA) 순출루율 .095 / BB% 12.2%
2022(AAA) 순출루율 .098 / BB% 14.1%
2023(NPB) 순출루율 .065 / BB% 9.3%
[3년 간 순장타율과 AB/HR]
2021(AA) 순장타율 .189 / AB/HR 28.08
2022(AAA) 순장타율 .267 / AB/HR 19.27
2023(NPB) 순장타율 .142 / AB/HR 30.93
2. 좌투수 킬러
여느 우타자들과 마찬가지로 맥키넌은 좌투수를 상대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NPB 시절 투수 유형별 타율/출루율/장타율]
우투수 상대 .222 / .304 / .356
좌투수 상대 .327 / .368 / .458
[24년 5월 7일 기준 투수 유형별 타율/출루율/장타]
우투수 상대 .352 / .449 / .429
우완언더 상대 .250 / .333 / .250
좌투수 상대 .500 / .576 / .750
3. 세밀한 컨택 능력
맥키넌의 타격폼을 살펴보면 레그킥은 없으면서 테이크백은 짧게 가져갑니다. 다시 말해, 타격 자세가 간결하여 컨택에 집중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KBO에서는 직구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중인데 야구공작소의 맥키넌 스카우팅 리포트를 잠깐 참고하겠습니다.
맥키넌이 약했던 투수들은 NPB에서 리그 에이스급을 논하기 이전에 평균 95마일(152km/h) 이상의 포심을 앞세워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들이었다. (출처: 야구공작소)
현재 맥키넌은 포심 구종가치가 8.3으로 리그 3위에 올랐으며 포심 타율은 .519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간결한 동작이 컨택 능력을 높여주며 공이 느릴수록 공을 오래 볼 수 있기 때문에 MLB나 NPB에 비해 평균 구속이 낮은 KBO의 패스트볼에 대처능력이 좋은 듯합니다. 다만 커브나 포크 같은 구종에는 약한 모습입니다.
미국과 일본을 거쳐온 맥키넌은 간결한 타격 자세와 선구안을 바탕으로 타율과 출루율을 챙기면서도 타고난 힘으로 어느 정도의 장타 생산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현재 KBO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적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맥키넌은 20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까?
높은 BABIP를 바탕으로 한 고타율, 하지만 떨어지는 장타율
일본 시절과 비교하면 순출루율과 BB%가 상승했지만 미국 시절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치로 충분히 예측 가능한 성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구안은 여전한 장점입니다.
[24년 5월 7일 기준 순출루율 / BB%]
[.092 / 15%]
다만, 특이한 점은 통산 성적에 비해 높은 타율과 낮은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높은 타율만큼 BABIP 역시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컨택이 좋은 선수가 타율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24년 5월 7일 기준 타율 / BABIP / 순장타율]
[ .387 / .418 / .117]
1. 높은 BABIP의 비결은?
맥키넌은 뛰어난 컨택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지난 3년의 타율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타율은 많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지표 상으로 드러나는 스윙 대비 컨택%(86.7-리그 17위)는 리그 최상위권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기에 속단하기 이르지만 어떻게 해서 현재의 높은 BABIP와 고타율을 기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맥키넌의 타구를 분석해보았습니다.
타구 분석을 위해 STATIZ 외에도 2itracking과 fangraphs 등을 참고했으나 타구 메트릭스는 기관마다 차이가 크게 나타났고 평균 타구 속도, 하드힛% 등에서는 공통적으로 특출난 기록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fangraphs 기준으로 미디엄힛%가 59.4%를 기록하며 60%에 육박하는 점은 돋보였습니다.
[24년 5월 7일 기준 소프트힛%/미디엄힛%/하드힛% (출처: fangraphs)]
[13.2 / 59.4 / 27.4]
그리고 눈에 띄는 점은 세 기관 모두 맥키넌의 내야플라이볼 비중이 적은 것을 시사했다는 것입니다.
[24년 5월 7일 기준 팝플라이%와 내야플라이볼%]
2itracking 제공 팝플라이% 7.5 기록(리그 내 타구 50개 이상의 71명 타자 중 최저 7위)
STATIZ 제공 내야플라이볼% 1.9(규정 타석 중 최저 10위)
fangraphs 제공 내야플라이볼% 12.5
이 두가지를 바탕으로 현재 맥키넌의 BABIP가 높은 이유를 추론한다면 ‘타구의 일관성’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타구의 속도가 특정 구간에 몰려있다는 것은 비슷한 형태의 타구를 자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낮은 내야플라이볼%는 빗맞은 타구를 최소화했다는 지표입니다. 안타성 타구를 보다 '자주',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것이 맥키넌의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코스와 구종에 따른 장타 생산 능력
1) 변화구 대처 부족
맥키넌의 장타 장면을 본다면 보통 실투성 패스트볼을 공략하거나 밋밋하게 떨어진 변화구를 퍼올려서 만드는 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변화구에 대한 공략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투심과 포심에 대해서는 타율 5할 이상을 기록 중이지만 변화구들과의 차이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특히 커브의 경우 NPB 시절 19타수 6안타로 3할대 타율을 기록했던 공인데 이번 시즌 10타수 1안타로 부진한 모습입니다.
[24년 5월 7일 기준 구종별 안타율과 장타율 (출처: STATIZ)]
2) 몸쪽 공 공략 필요
또한 NPB 시절의 코스 별 성적을 보면 몸쪽 공에 강점을 보인 반면, 바깥쪽 공과 아래쪽 공에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5개의 홈런 중 11개의 홈런이 몸쪽 공을 타격한 공이었습니다.
[2023 시즌 맥키넌의 코스 별 결과 (출처: baseballdata)]
그에 비해 이번 시즌에는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는 늘었지만 몸쪽 공에 대한 장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24년 5월 7일까지 코스별 타율과 장타율 (출처: STATIZ)]
3) 밀어치는 타구의 증가
몸쪽 공에 강점이 있음과 동시에 당겨친 타구에서 장타를 만들어내는 편입니다. NPB 시절 홈런의 타구방향도 왼쪽 즉 잡아당긴 타구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홈런의 총 개수가 17개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록된 17개의 홈런 중 15개의 홈런이 왼쪽에서 형성되었고 2개는 중앙 담장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밀어쳐서 만든 홈런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래도 테이크백을 짧게 가져가고 레그킥을 하지 않는 맥키넌의 스타일 상 밀어치는 장타를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역시도 안타 분포도 상에서 담장을 넘어가거나 담장 근처에 떨어진 타구들은 중앙과 왼쪽에 형성되었습니다.
[24년 5월 7일까지 안타 분포도 (출처: STATIZ)] 하지만 이번 시즌 STATIZ가 제공한 맥키넌의 타구 분포%를 보면 AAA 시절과 NPB 시절에 비해 밀어친 타구가 많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역시 기관마다 기록 방식이 달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현재 맥키넌의 밀어친 타구 비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이같은 변화가 타율 향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장타 생산에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맥키넌의 시즌 별 타구 분포% (좌/중/우)
2022 (AAA) (41.6 / 32.0 / 26.4)
2023 (NPB) (42.4 / 41.3 / 16.3)
2024 (KBO) (42.5 / 21.2 / 36.4)
타율과 장타율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데이비드 맥키넌 (출처: 삼성 라이온즈 공식 SNS)] 많은 기대를 안고 입단한 맥키넌은 그에 부응하듯 호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KBO 리그에서는 이전과 같은 장타 능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분명히 아쉬워하는 팬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본다면 현재 맥키넌은 바깥쪽 공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여 일관성 있는 타구를 생산함으로써 높은 타율을 유지 중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역효과인지 기존에 장타를 생산해내던 몸쪽 공에 대한 장타율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삼진은 줄어들고, 밀어치는 타구는 많아지고, 장타는 줄어들었는데 과연 이것이 적응 과정일지 혹은 스타일 변화로 인한 결과인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과연 맥키넌이 출루율 1위를 수성하면서도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