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박찬호
지난 18일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의 두산 베어스 이적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계약 규모는 4년 총액 80억(계약금 50억, 연봉총액 28억). 이번 시즌 9위를 기록하며 부침을 겪은 두산 베어스는 모기업과 구단 모두 스토브리그에서의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는데 그 의지를 가장 잘 보여준 계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두산 베어스가 박찬호 선수와의 동행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2014년 2차 5라운드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박찬호의 야구 인생은 처음부터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입단 이후 3년 간 꾸준히 1군 경쟁을 했으나, 주전으로의 도약은 어려웠습니다. 결국 2016 시즌이 끝난 후 군입대를 결정했고, 상무 지원에 불합격하며 현역으로 입대합니다. 박찬호의 입대 직후인 2017년 소속팀 KIA 타이거즈는 통합우승을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냅니다. 팀의 우승을 TV로 지켜보며,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삼켜야 했던 어린 선수는 훗날 결국 호랑이 군단의 우승을 이끄는 선봉장이 됩니다.
전역 후 2019년 안치홍과 김선빈이 지키고 있는 내야에서 3루와 유격을 오가며 경기 수를 늘린 박찬호는 생애 첫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20년 안치홍이 롯데로 이적함과 동시에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2022년 최원준이 상무에 입대하며 박찬호는 팀의 테이블세터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 시점부터 스텝업한 모습을 보여주며 당당히 내야의 기둥으로 성장합니다. 대망의 2024년, KIA 타이거즈가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과정에 당당히 선봉장으로 활약하며, 유격수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합니다. 또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유격수 수비상을 수상하며 지난 날의 아픔을 딛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습니다.
박찬호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간 타율 0.291, OPS 0.723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계산이 서는 선수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부분은 두산이 큰 금액을 감내하면서도 기어이 박찬호를 영입한 이유일 것입니다. 박찬호는 1995년생으로 비슷한 연령대의 많은 선수들이 리그에서 실패를 경험 했습니다. 심지어 동갑내기 김하성마저 해외에 있는 이 시점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유격수를 즉시전력감으로 보강하기 위해 박찬호 선수는 최선의 옵션이었을 것입니다.
올시즌 두산 야수진은 확실한 스타팅 멤버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야수진 중 규정타석을 달성한 멤버는 주장 양의지 선수와 베테랑 정수빈 선수, 그리고 외인 케이브 선수가 전부였습니다. 결국 케이브가 팀을 떠나게 된 현 상황의 시점으로 본다면 두산에게는 중심을 잡아줄 국내 선수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나 풀타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보다는 확실한 풀타임 시즌을 이미 여러 번 검증한 선수를 원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두산의 내야에는 강승호, 양석환 등의 베테랑 타자들부터 루키 시즌의 박준순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정확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안재석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여기에 박지훈까지 가세하며 후반기를 이끌었지만 이마저도 표본이 적어 장담하긴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두산은 계산이 서는 보강을 통해 리빌딩을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입니다.
안재석 선수는 이번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시즌 후반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35경기 135타석을 소화한 안재석은 무려 0.911의 OPS를 기록하며 시즌을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 두산은 군복무 동안 벌크업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안재석을 3루수로 기용해볼 생각인 듯합니다. 안재석이 3루 수비를 소화한다면 타격에 보다 집중할 수 있으면서 벌크업이 수비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박준순 선수와 오명진 선수가 2루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확대 엔트리 기간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박지훈 선수와 이제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이유찬 선수 역시도 여러 포지션에서 경쟁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두산은 박찬호 선수에게 테이블세터의 역할도 기대할듯 합니다. 이제는 베테랑으로 접어든 정수빈과 아직 풀시즌 테이블세터의 경험이 없는 안재석을 생각한다면 보수적인 관점에서 선두타자 박찬호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에 따라 안재석은 강한 2번 혹은 중심타선으로 기용될 수도 있기에 높은 확률로 박찬호에게 테이블세터를 맡길 것으로 보입니다.
박찬호 선수는 준수한 컨택 능력을 바탕으로 공을 치고 나가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이는 규정타석을 소화한 리그 43명의 선수 중 11위를 기록한 Contact%, 리그 최저 7위를 기록한 K%에서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5시즌 동안 659경기를 출장한 철강왕이라는 점은 안정적인 타순을 구상하기에 적합한 면모입니다.
반면, 선구안은 그리 훌륭한 편은 못 되며, 그로 인해 타석 당 투구 수 역시 3.87개로 적은 수준입니다. 이는 테이블세터로서 약점이 될 수 있기에 뒤에 이어지는 타순을 구상할 때도 중요한 대목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낮은 BABIP 역시 박찬호 선수의 타격 생산성을 낮추는 요인입니다. 인플레이 타구 비율이 88.6%로 매우 높은 데 비해 BABIP는 높지 않은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 타구를 자주 만드는 데에 비해 타구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스타일을 잘 활용해 팀에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팀에는 다양한 유형의 타자가 필요한데 박찬호를 통해 안재석이 보다 공을 길게 보고 원하는 공에 집중해 OPS가 상승한다면 그 시너지만으로도 좋은 효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지환의 6년 124억 계약, 심우준의 4년 50억 계약 이후 또 한 번의 유격수의 대형 계약이 성사 되었습니다. 해당 계약들에 대해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는 현재 두산 베어스와 박찬호 선수는 부담을 짊어지고 팬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금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두산 베어스에겐 의미있는 투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젊은 야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기 위해 중고참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산이 서는 타격과 리그 최상위 수준의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가 후배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찾을 수 있게 중심을 잡아준다면, 그로 인해 지금의 루키들이 기대만큼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두산에겐 충분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잠실의 내야 사령관, 그리고 공격의 선봉장이 될 박찬호 선수의 2026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