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뿌리 삥고~!

즐거울 때 외쳐라

by 가가넬

뚜엉당이요 뚜엉당!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본의 아니게 자신을 소개하고 알아듣지 못하였음에 어울리는 답변을 찾지 못한 나와 그 아이 사이에 아주 잠깐의 곤란함을 내포한 미묘한 시간이 흐르며
그 아이와의 우주적 만남이 시작되었다.

‘음...내가 이해한 이정도의 이 낱말일까? 아니면 무엇을 요구하는 말인가?’
여러 생각을 순식간에 하면서 “이...말? 저...말?”
다 아니라는 출제자의 답변과 함께 정답을 맞히겠다는 의욕은 도망하고 첫 대면인데 너무 미안하였지만 쉽지 않은 문제에 서둘러 넘어가고 싶었다.
대충 알아들었다는 호응과 제스쳐를 하며 나도 안다는 듯이 “어어 뚜엉당~ ”하며 내가 들은바 아이와 같은 발음을 하였다.
아이가 목소리를 높여 살짝 짜증을 낸다.
‘뭐야 니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라고는 속으로만 말했다.
서로가 소통의 의지는 있으나 소통하지 못하는 애매한 감정으로 난감한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히며 민망해하고 있을 때 아이의 놀이감이 내 눈에 ‘두둥~!’ 구원자처럼 들어왔다.

놀이 매트에서 여러 블록으로 한참 공사 중인 아이의 작업현장을 보고 생각이 난 것이다.
나: 수영장?!!! 아이: 예 뚜엉당.
맞혔다. 유후~ 신난다.
힘들었지만 이것을 맞춘 나 장하다! 두 주먹 불끈 쥐었다.
아이는 수영장을 만들고 있으니 잘 보라고 얘기하고 싶었나보다.
긴 불통의 시간을 거쳐 드디어 만난 소통을 확인하고 아이는 놀이를 계속 진행한다.

아이는 7세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다. 위로 누나가 3명이 더 있다.
누나들과 다르게 아이는 혀가 치아 안쪽에서 윗몸에 동그랗게 굴려지는 ‘ㄹ’발음의 잘 표현했다. ㄹ발음의 강화와 더불어 ㅅ과 ㅆ발음이 ㄷ과ㄸ발음으로 표현하였다.

선샘미 뚜뻐맨해요 뚜뻐맨. 나는 뚜빠이더 맨
미끄럼틀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며 지가 하늘을 나르는 자세를 취한다.
나보고 뚜뻐맨하라고 해놓고 0.5초 사이에 자기가 부여한 나의 캐릭터를 갈취(?)한다.
‘손으로 거미줄을 쏘아야지 왜 하늘을 나는거야??’ 외쳐보지만 아이는 ‘램프의 바바’처럼 하하하 웃고 미끄럼틀 위로 달아난다.

당근에는 꼭지가 필요하다고 해서 집중해서 클레이로 당근 꼭지를 만들어 붙여 줬더니 주방 놀이 도구인 칼을 가지고 와서 당근 꼭지를 댕강 잘라버린다.
나의 수고로움이 억울해 왜 자르냐고 항의(?)했더니 당근은 원래 꼭지를 잘라야 한단다.
아...그렇구나. 그렇다네요. 예예


글래도 한버네 마떴네. (그래도 한 번에 맞췄네)
따닷따아 (찾았다)
뻔디네 (편지네)
뿡던 (풍선)
가따깔 (가짜 칼)
엉덩이춤을 추며 ‘띠낀 바나나 띠낀 바나나’ (자기가 먹고 싶은 간식)
김덩국(맞춰보실래요? 제이름이에요)
김덩국이라고 해놓고 큰소리로 깔깔대며 웃네요. 내 이름이 잘못했나봐요.

아이는 큰소리로 호탕하게 잘 웃고 세상에서 본 적 없는 착함을 탑재하고 있다.
반에 유일하고 하나밖에 없는 친구에게 항상 배려하고 양보한다. 어떨 땐 배려하지 말고 주장하라고 귀에다가 속삭이지만 아이는 본능적으로 양보한다.

나는 요즘 다 알아듣는다. 우리 아이 전용 해설사이다.
요즘 두 아이가 교실에서 놀이하다가 흥에 겨워 외치는 주문이 있다.
‘빠뿌리 삥고~’ 아이가 우리에게 세뇌(?)시킨 말이다. 뜻도 없고 아무 말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 반 3명은 통한다. 우리는 신나고 즐겁다. 이 놀이를 계속할 것이다. 라는 암묵적인 뜻을 가진 빠뿌리 삥고~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다 같이 외칠 것이다. ‘빠뿌리 삥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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