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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작가 Jul 28. 2024

나이스한 한 모금

해방촌의 한 재즈카페. 바 테이블로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으면, 나만을 위한 쇼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일행과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바텐더와 술의 대화를 듣는다.

그 대화란 매번이 다른 것이어서 넉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긴 사각형 얼음을 넣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때가 있나 하면 사정없이 흔들어 버릴 때가 있고

잔의 끝자락에 설탕을 바르는가 하면 레몬이나 라임을 짜 넣기도 한다.

이름도 모를 술과 음료섞으면, 예쁜 색감이 찰랑. 두 눈으로 한 모금 마시고. 

각자의 모양새를 가진 잔에 담은 그들을, 한 모금 입술에 담고서 달큰한 목넘김을 느껴본다.


작은 칵테일 한 잔의 미학도 이런데, 이리 저리 부딪히는 내 삶도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섞고 기다리다 보면 예쁘고 맑은 색으로 빛나지 않을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이스한 한 모금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비 오는 날의 재즈카페, 더 사랑하지 않아도 될만큼 행복한 시간. 

'쿠바 리브레' 한 모금을 음악과 함께 마시며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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