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고 싶을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by 나아인


3년 전, 출판사를 그만두고 1년 넘게 쉬는 기간 동안

여러 루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취미 생활을 함께하며

직장인들에게 '취미'라는 것이 삶에 크나큰 동력이자,

스스로를 유연하게 하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주말엔 집에서 쉬는 게 인지상정인데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배우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인간관계도 넓지 않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더더욱 '모임'이라는 자리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모임을 안 나가야 하는 이유들뿐인데

어느새 내가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상상과 함께

꽤나 구체적으로 모임에 대한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내가 모임을 열어볼까? 그럼 어떤 사람들이 모일까?

연습하는 과정이 결코 나에게는 힐링은 아니었는데?

춤이 그렇게나 재밌다고? 안 믿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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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으로 몸치였던 10대 시절, 그냥 잘하고 싶어서

연습실 바닥과 진하게 대화를 하며 밤새 춤 연습을 했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며 내 것으로 만든게 아니기에

다른 건 몰라도 누구보다 쉽게 가르칠 자신이 있었다.


'어차피 퇴사해서 망한 인생 그냥 해보자'

'안되면 접어'


온갖 가설들을 다 세워놓고선 커뮤니티에 모임을 열었다.

일주일이 지났을까.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안녕하세요 춤을 배우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


'춤을 잘 가르치면 되겠지. 실력이 중요 할거야'

라며 시작한 수업은 예상과 달리 춤을 잘 가르치는 것 이상의 힘이 들었다.


사람을 살펴야 했다.

삶의 습관이, 하는 생각들이 동작에 녹아있었다.

지쳐 보이는 날엔 좀 더 힘차게 수업을 해야 했고,

잘 추고 싶어 하는 날엔 깊이 있는 티칭을 해야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여러 이유들로 모임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남아있을 사람이고 이들은 떠나면 그만이니,

그럴 수록 남아있는 내 마음이 아플 터였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시간이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이상

그게 한 명이라도 수업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1대1 레슨으로 시작한 춤모임은 지금 16명이 되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3년가까이 모임을 지키며

서로에게 필요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누군가 이사를 하면 집들이를 가고 서로의 생일에 케익을 불어주며

지금까지 혼자 견뎌온 시간들을 넘치게 채웠다.


그래서인지 100번이 넘는 수업에도

매일같이 수업 전에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거 같이 뛰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있다.

수업 전날 안무를 외우고 티칭 연습을 하고, 십분단위로 타임라인을 체크하면서

적응되지 않는 긴장감에 괜시리 예민했다가 설레하기를 반복하는데,

결국 수업이 시작되고 나면 발끝부터 묘한 에너지가 온몸에 퍼지는 느낌을 받는다.


어떠한 일이나 작은 이유들로 수업에 핑계를 대는일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정말 진짜로 없다.


3년동안 월 4회의 수업을 단 한번도 놓치지 않고

전날 컨디션 조절을 이유삼아 예민을 떨어대는건,

피곤함 몸을 이끌고 집을 나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연습실로 들어오는

발걸음의 무게를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리라.


-


우리는 앞으로도 퇴근 후 연습실에 모여

거울이 뿌옇게 될때까지 춤을 추고 또 출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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