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웃을 때는

by 전진식

돼지가 웃을 때는

전 진 식


​ 돼지 창자를 내 창자 속에 넣고 길이를 잰다

창자의 길이는 끝이 보이지 않고

막창 골목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끝을 보자고

나는 오늘도 돼지 창자를 끄집어내 연탄불에 손을 녹이고 있다


​내 창자의 길이보다도 더 긴 돼지 창자는

저녁이 되면 화장을 한다

화덕의 빈 공간에 불꽃이 인다

퇴근길에 돼지우리를 탈출하여

막창 골목까지 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엄동설한이라서 몹시 추웠을 것이다


뜨거운 석쇠판 위에 앉으니 엄마 생각이 난다

꼬깃꼬깃 접어서 뱃속에 넣어 둔 지폐를 생각하다가

젓가락으로 뒤집어보는 막창

노릇노릇하게 군침이 돌고

다진 고추 마늘에 알코올까지 곁들여 절여 놓으니

미닫이문 유리창 밖에는 눈이 내린다


안지랑 막창골목의 사람들은 단골이 많

모두가 고만고만한 월급쟁이로 뱃집도 없고

돼지의 늘어진 뱃살은 늘 입맛이다

돼지가 웃을 때는 꼬리를 흔든다

꼬리는 짧고 가늘어서

지갑에 넣고 다녀도 무게가 없다



*안지랑 막창골목 ㅡ대구의 유명 막창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