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작은 조각, 작은 생각들
난 어린 시절 환경부터 시작하여 그리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늘 행복해지려고 애를 썼고, 행복해지는 방법이 무엇인가 찾아다녔다.
나에겐 큰 변화이자 계기이기도 한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진단받은 후에
나는 스스로가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그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또 애를 썼다.
처방받은 약은 나의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은 되었지만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불안은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아주 어릴 적부터 뿌리 깊어져 자라난 것으로
나는 아직도 어릴 적 내가 밤이 어두워져서 모두 잠이든 무렵에도
혼자 눈을 감으면 이대로 죽는 거 아닐까, 다시 눈을 뜨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으로 뒤척였던 날을 기억한다.
나의 불안은 그런 것이다.
좀처럼 이유도 모르고 그 시작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안은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 자라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었을까.
어딘가에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하루를 소중히,
그리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그런 뉘앙스의 글인지 영상인지를 보게 되었다.
작은 것에 감사하라는 것이 처음엔 막연하게 느껴졌지만 밑져야 본전 같기에
우선 나의 작은 일상 하나하나를 돌이켜 감사를 전해 보기 시작하였다.
내가 감사했던 것들은 정말 사소했다.
나는 감상론자는 아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그런 거룩한 느낌의 감사는 무의식적으로 하기엔 어려웠다.
나의 감사는, 귀차니즘쟁이인 엄마가 차려준 가벼운 아침을 와구와구 먹어주는 아이에게 감사했고
또 가기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난 반려견과의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 그날의 날씨에도 감사를 했는데
매우 무더운 날씨엔 감사하기가 어려웠지만,
하늘에도 풀에도 나무에도 감사를 했다.
비가 오는 날은 개인적으로는 나가기도 싫어하는 편이지만 보슬비에 반려견에게 우비를 입혀 같이 나가면
비가 오는 날의 냄새는 또 색다른지 킁킁대며 매우 즐거운 모습의 반려견을 보며 또 즐거워하고 감사했다.
눈이 오는 것 역시 매서운 추위를 뚫고 포근함을 선사하는 모습에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감사를 강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그런 생각으로는 마음에서 감사가 우러나오지도 않고,
강박에는 매우 약한 나라서 무언가 강박적으로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 행위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냥 지나치는 작은 것에,
나를 스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예쁘게 바라보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투덜대는 아이가 뭔가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순간이나,
본인의 할 일을 뚝딱 해내는 순간을 포착하여 예쁘게 바라보고
또 내 작고 귀여운 반려견의 순간순간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고 좇고 있다.
내가 의식적으로 하는 거라곤 나 스스로에게 감사하는 것인데,
예전엔 좀 불만스러운 눈으로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한 나에게 실망하거나
갈수록 의지박약이 되어가는 내 모습에 불만이 많았다면
이런 하찮은 의지를 갖고도 오늘의 밥상을 차리는 나,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나,
내가 맡은 일의 일정은 꼭 지키는 나, 그리고 날 소중히 여기려고 노력하는 예쁜 나에게 감사한다.
생각을 조금 뒤틀었을 뿐인데 어느새 습관처럼 내 생활은 감사할 일들이 가득해졌다.
물론 매 순간, 매시간, 매분, 매초 나는 감사할 줄만 알며 일상의 불만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불안은 아직도 나와 같이 살고 있지만,
나는 더 이상 내 불안이 쑥쑥 자라도록 물과 영양분을 주고 있지는 않다.
불안은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 옆에 감사라는 꽃의 씨를 뿌려서 불안을 키우던 나의 힘을 감사를 키우는데 힘쓰고 있다.
내 감사의 꽃은 무럭무럭 자라나,
요즘 꾸준히 글을 쓰려던 내가 이것저것 다른 일과 생각에 치여 좀 못하더라도
나를 탓하지 않고, 다시 글을 쓸 용기를 낸 내게 칭찬하며 또 감사한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날수록, 물론 어릴 때도 생각은 했지만 내 뜻대로 키울 수는 없다는 것에서
어떻게 교육의 방향을 잡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며
수많은 시행착오와 걱정과 고민은 거듭하고 있지만
이런 걱정이 과열될 때면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아이에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에 감사한다.
고마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를 전하는 나는 행복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내 일상 곳곳에 감사할 일들이 많고,
그런 감사할 일이 많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는 필연적으로 행복한 사람인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나의 불안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불쑥 불안이 올라올 때면, 주위를 한번 돌아보며 예쁜 것을 찾는다.
이런 예쁜 인형을 사뒀던 나에게 감사하고,
내가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또 잔잔한 행복감을 느낀다.
작은 감사를 하라.
그게 나를 행복한 세상에서 살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