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

by 각선생

몇 년간 숨 가쁘게 달렸다.
정리 전문가로서 타인의 삶 속 깊숙이 들어가 체력과 정신력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에너지의 농도에 비해 통장의 숫자는 늘 불안정했다.
플랫폼은 내게 기회의 장을 제공한 동시에 굴레였다.

가격 비교가 중심이 되는 구조 안에서 선택받기 위해 나도 단가를 낮춰야 하나 마음이 점점 동요되기 시작했다.

많이 팔수록 몸과 열정은 축나는데,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점점 어려우니 갈수록 재미가 없다.

기성품을 떼다 파는 일이 아니기에 가성비로 승부 보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시점에 다다르자 점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며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할 때도 그전만큼 즐겁지가 않았다


정리 수납 시장은 지금도 일 잘하는 사람은 충분히 많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한 끗’이라고들 하지만

그 한 끗은 기술이 아니라 진정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을 지키느냐의 문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싸게’가 아니라 ‘더 나답게’ 일하는 게 결국은 내 노동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다.

그렇게 나는 플랫폼 활동을 중단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플랫폼을 탈퇴하고 나니 처음엔 멈춰버린 알림 창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모든 안전장치를 풀어놓고 망망대해에 선 기분이었다.
​그렇게 정체기가 찾아왔다

​그러다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2021년 여름에 신청했던 상표권 확정 소식이었다. 무려 1년 8개월 만의 결과다.

이제 각선생이라는 내 로고와 상호는 법의 보호를 받는 엄연한 자산이다.

자부심이 생기니 다시 에너지도 생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이 열렸다.

상표권 확정 소식을 블로그에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내 이름을 건 수납 도구로 홈쇼핑 출연을 제안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너무 뜻밖이라 처음엔 스팸 전화인 줄 알았다.

"혹시 나보고 돈 내고 광고하라는 전화냐"며 날 선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동안 내 돈 내고 광고하라는 전화만 수없이 받아온 터라, 나도 모르게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이다.

수화기 너머 담당자님은 듣고 잠시 당황하신 듯하더니, 이내 위트 있게 대답하셨다.
​“아니요, 전문가님. 저희가 돈을 드리는 겁니다.”
​그제야 쪽팔림이 몰려왔다.


이건 생각할수록 대박이다

내가 광고비를 내는 쪽이 아니라, 내 전문성을 빌려달라는 쪽으로 입장이 바뀐 순간.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플랫폼 너머를 고민하며 내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로 결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적처럼 일어난 일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명확했다.

내가 나를 '각 나오는 이 선생'이라는 브랜드로 인정하기 시작했을 때, 세상도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과연 홈쇼핑이라는 낯선 무대에서 나는 어떤 '한 끗'을 보여주게 될까
그 떨리는 기록을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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