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디에고에서 인턴으로 지낸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샌디에고도 12월이 다가오니 아침엔 비가 오다가도 갑자기 해가 뜨고, 금세 다시 흐려지는 등 날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린다.
몇 년 전 LA에 왔을 때는 한겨울인 1월에도 반팔을 입어도 될 만큼 따뜻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찾은 LA는 10월임에도 꽤 추웠다. 그럼 내가 기억하던 5년 전의 따뜻한 LA는… 기억의 왜곡이었을까, 아니면 기후 변화 때문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씨 속에서 패딩이 절실해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아울렛에 가기로 결심했다. 집에서 차로 가면 28분이지만, 버스와 트롤리를 갈아타면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린다. 그래도 오늘만 기다렸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다만 환율이 너무 올라 세일을 해도 비싸다는 사실은 조금 아쉽다.
아울렛으로 향하는 길에 트롤리를 탔다. 처음 샌디에고에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건, 사람들이 밖에서만 카드를 찍고 바로 타버린다는 점이었다. 안에서 확인하는 사람도 없어서 ‘이거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경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트롤리를 돌아다니며 결제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 이렇게 관리하는구나.’ 싶었다. 그 사람들이 내 앞에 왔을 때 괜히 서늘한 긴장감이 들었지만, 다행히 정상 결제로 뜨는 걸 보고 안도했다. 괜히 쫄았다.
올드타운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갈아탔을 때는 카드가 계속 인식되지 않았다. 속상해하던 순간, 버스기사 할아버지가 “그냥 타요.”라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분도 일하는 사람인데, 내가 돈을 안 내고 갈 수는 없었다. 내릴 때 다시 시도해 세 번째에서야 결제가 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버스에서 내려 길을 물어보려고 아저씨에게 다가갔을 때는 내가 타야 할 버스가 이미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속상해하며 다른 길을 찾고 있는데, 다시 그 아저씨가 와서 트롤리를 타고 마지막 정거장까지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두 번, 세 번 반복해 알려주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날씨는 차갑고 변덕스러웠지만, 오늘 만난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다.
그리고 그 따뜻함 덕분에, 오늘의 길고 긴 이동이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