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이 만든 삶의 경계
멕시코의 바다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을 보았다. 나는 Rosarito Beach에 갔는데, 샌디에고의 해변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샌디에고의 바다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서핑을 하고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멕시코의 해변에서는 가족들이 모여 작은 파티를 열고 있었다.
바다 근처에 돗자리를 펴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기도 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따뜻해 보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문득 북한이 떠올랐다. 북한에서도 바다 근처나 강가에 가면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힘든 일상 속에서도 그렇게 모여 웃고 떠들며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 광경을 보며 이상하게도 ‘정말 북한 문화와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멕시코가 아직 경제적으로는 많이 발전하지 못한 나라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웃는 모습은 어느 나라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난하거나 부유하거나, 결국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국경 쪽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또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길고 두꺼운 철제 장벽이 두 줄로 세워져 있었다. 그 장벽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멕시코 사람들은 샌디에고에 많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집 청소, 건설, 식당 일 등 다양한 일을 위해 많은 멕시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일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같이 국경을 넘으며 일을 한다고 한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동시에 그 많은 사람들이 매일 국경을 오간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San Diego와 Tijuana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높은 장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가까이 살고 있고 서로의 노동과 삶에 의지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는 여전히 거대한 철벽이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국경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국경이라는 것은 단순히 나라와 나라를 나누는 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크게 바꾸는 경계일지도 모른다고…
멕시코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또 하나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Tijuana에서 San Diego로 저녁에 국경을 넘으려면 줄을 3시간 이상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사이트를 찾아보니 실제로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버스를 이용하면 줄을 오래 서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버스를 타면 약 1시간 정도 만에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추가로 10달러를 내야 했다. 날씨도 춥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줄을 서는 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버스는 꽤 낡아 있었고, 어딘가 북한에서 타던 오래된 버스를 떠올리게 했다.
버스는 국경으로 향했지만 차가 막혀서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때 또 신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버스가 멈춰 서 있는 사이, 밖에서 간식을 들고 파는 사람들이 버스 안으로 올라왔다. 그들은 ‘츄르’ 같은 간식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팔고 있었다.
나는 버스 안에 올라와 물건을 파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북한에서 기차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북한에서는 기차가 자주 멈춰 서곤 했다. 전기가 끊겨 기차가 며칠씩 움직이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한 번은 기차가 정전으로 이틀 동안 멈춰 서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때 역 주변에서 물과 밥을 파는 사람들이 기차로 뛰어오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차가 언제 다시 출발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물건을 팔기 위해 기차로 달려왔다.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모두 죽을 힘을 다해 뛰어왔다.
어떤 어린아이들은 자기 몸보다 더 큰 물통을 등에 지고 달려오기도 했다. 늦게 오면 이미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서 물건을 사버려서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어린 나에게도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버스 안으로 올라와 간식을 파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이상하게도 그때의 북한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정말 북한과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도 여러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위험한 도로 한가운데서 멕시코 전통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커플이 있었다. 그들은 길 위에서 공연을 하며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돈을 받았다.
또 어떤 여성은 임신한 몸으로 길가에서 옷을 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멕시코가 이런 모습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멕시코 여행의 하루는 나에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날이었다. 국경, 삶, 가난, 그리고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조금 아픈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