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하나 사이의 다른 세계

멕시코에서 본 아이들

by 맹효심

이제는 샌디에고에 산 지 거의 7개월이 되어 간다. 샌디에고는 멕시코의 국경 도시인 Tijuana와 아주 가깝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국경을 넘어 쉽게 멕시코에 갈 수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멕시코에 가보고 싶었다. 특히 한국에 와서 애니메이션 Coco를 본 뒤로 멕시코 문화가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향했다.


사실 티후아나가 위험한 도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도 샌디에고에서 살면서 멕시코에 한 번도 가보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국경을 넘는 순간,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나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올 때 수많은 국경을 목숨을 걸고 넘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서 멕시코로 이렇게 쉽게 국경을 넘고 있다. 그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국경을 넘다 타지에서 목숨을 잃은 탈북민들이 떠올랐다.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북한에 있을 때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았다. 학교에서는 미국을 부정적으로 가르쳤지만, 이상하게도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CD상점에는 미국 애니메이션 CD가 많이 있었다. 나는 라푼젤 이야기나 신데렐라 같은 동화를 좋아했고, Toy Story도 즐겨 보았다. 어린 시절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멕시코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아이들이었다. 작은 아이들이 종이로 만든 꽃을 들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었다. 학교에 있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길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멕시코의 모습이 내가 살던 북한의 고향과 어딘가 닮아 보였다는 것이다. 순간 ‘내가 북한에 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차이도 있었다. 멕시코의 밤은 북한보다 전기가 많아서 훨씬 밝았고, 자동차도 더 많았다.


하지만 물가는 생각보다 비쌌다. 카페에서 오렌지주스 한 잔을 주문했는데 5달러나 했다. 그 나라의 최저임금을 생각하면 과연 사람들이 자주 외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문화의 영향인지 팁 문화도 있었다.


나는 Rosarito Beach에서 말을 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분 정도 말을 타 보았다. 비용은 20달러였다. 그런데 말을 탄 뒤에 팁까지 요구받았다. 특별히 도움을 준 것도 아닌데 팁을 달라고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시장을 둘러보면서 또 하나 흥미로운 문화를 발견했다. 캐릭터 인형 안에 사탕을 가득 넣어 파는 장난감들이 많았다. 생일이 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을 깨서 사탕을 꺼내 먹는다고 했다. 정말 신기한 문화였다.



그리고 북한에서 보았던 물건도 다시 발견했다. 북한에서는 ‘곱돌’이라고 부르던 하얀 돌이 있었는데, 땅에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돌이다. 멕시코 시장에서 그 돌을 장식품처럼 팔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멕시코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내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는 마치 미래로 날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멕시코에 와 보니 내가 살았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살다 보니 어느새 북한에서의 기억을 조금씩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선진국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을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는 아주 높은 두 개의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 장벽을 바라보며, 국경이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