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1. 폴 너스,<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수수께끼에 대하여.

by 아르떼

1번째 책리뷰_폴 너스 - 《생명이란 무엇인가》 / 까치글방 / 이한음 역

생명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하여.


생명이란 무엇인가. 단순하고 분명해 보이는 이 질문은 사실은 굉장히 심오하고 원대한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직도 생명의 표준 정의를 모른다. 그 말인즉슨, 우리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말의 의미와 “죽어있다”는 말의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상한데, 우리는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을 구분하고 그것의 의미를 아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과 무생물을 구별하는 것과 ‘생명’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령,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살아 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분명 살아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와 풀, 재롱부리는 강아지, 팔랑거리며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생물은 살아있다. 반면 내 눈앞에 있는 키보드, 컴퓨터와 내가 입고 있는 옷, 내가 앉아있는 의자는 내가 분명히 ‘무생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분명히 살아있지 않고 죽어있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생물과 무생물을 분명히 구분하며, “어떤 것은 살아있다”, “어떤 것은 죽어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논리의 순서를 조금 바꿔 보자. 그러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생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추상적 보편자에 대해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이 무엇인지 대답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물이 가지는 공통적인 본질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생명은 너무나 복잡하고 기이해서 “생명이란 이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생명을 탐구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명을 잘 알수록 그것을 더 잘 보살피고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자신마저 생명이기에 생명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아는 것이다. 게다가 드넓은 우주 가운데 우리 행성에 번성하고 있는 생명이란 아름답고 때로는 섬뜩하며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우주적 수수께끼다.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인 과학자 폴 너스는 이 책에서 생물을 이해하는 5단계를 제시한다. 저자의 개인적 삶도 상당 부분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생명과 그 연결성에 눈을 뜨고 생명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결국에는 언젠가 우리 모두가 생명을 진실된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인상깊었던 구절✏


우리가 사는 우주는 방대하고, 우리의 경외심을 일으키지만, 그 드넓은 우주의 여기 한구석에서 번성하고 있는 생명이야말로 우주의 가장 매혹적이면서 수수께끼 같은 부분에 속한다. (중략) 이 책을 덮을 무렵이면, 여러분과 나, 그리고 섬세한 노란 나비와 우리 행성의 다른 모든 생명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목표로 삼은 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가 생명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p. 13~14


모든 사람은 생물학적 부모에게 없는 무작위로 생기는 비교적 소수의 새로운 유전자 변이체를 지니고 태어난다. 이런 유전될 수 있는 변이들은 각 생물을 독특하게 만드는 데에 기여할 뿐 아니라, 생물 종이 장기간에 걸쳐 고정되지 않고 변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생명은 세계를 바꾸고 세계는 주변을 바꾸므로, 생명은 끊임없이 실험하고, 혁신하고, 적응한다. -p. 65


궁극적으로 생명은 비교적 단순하면서 잘 이해된 화학적 인력과 척력의 법칙, 분자 결합의 형성과 파괴로부터 출현한다. 미세한 분자 수준에서 대규모로 작용하는 이런 기본 과정들이 특수한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헤엄칠 수 있는 세균, 암석에 붙어 자라는 지의류, 우리가 뜰에서 키우는 꽃, 팔랑거리는 나비, 그리고 이런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우리를 만들어낸다. -p. 125


인류는 이 깊은 연결성을 간파하고 그것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그 결과 우리는 모두 우리의 가깝거나 먼 친척들로 이루어진 이 행성의 생명에 대해서 특별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지구의 생명을 배려하고, 생명을 돌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생명을 이해해야 한다. -p. 218~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