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헤어질 결심을 한 여자에게
<헤어질 결심>은 확실한 여자와 불확실한 남자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잠시 유쾌했다가 잠시 아찔했다가 잠시 숨이 막히고 아름답다. 이상야릇한 이야기는 예측을 뒤집고 뒤집어서야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산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1부, 바다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2부로 나뉜다. 해준은 좋아했지만 서래는 좋아하지 않았던 산과 서래가 좋아했던 바다에서의 이야기로.
기도수 사건으로 인해 암벽산에 오른 해준은 겂없이 낭떠러지에 서 아래를 바라본다. 서래를 만난 후 수사중인 사건의 용의자로, 도주중인 이지구와 홍산오를 찾아내고 수많은 오르막길과 계단을 오르며 추격전을 펼친다. 특히 이지구와의 추격전 끝에 제대로 저항조차 않았던 놈을 두들겨 패 수갑을 채우고 엎어뜨린다. 건너편 차 안에서 서래는 땀벅벅이 된 해준을 바라보고 있다. 해준의 카타르시스는 높은 곳에서 나타난다.
서래와 해준은 점점 가까워지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본격적으로 관계가 시작됨과 동시에 하강의 이미지가 시작된다. 두 사람의 제대로 된 첫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절에서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 처음 등장한다. 계단을 내려가던 중 신발끈이 풀렸다는 서래의 말에 해준은 더 아래칸으로 내려가 신발끈을 묶는다.
처음 만난 날 다 먹은 상을 정리할 때도, 요리를 할 때도, 어질러진 방을 치울 때도, 하다못해 북을 두드릴 때조차 합이 척척맞던 두 사람의 위치가 어긋나는 순간이다. 비극적인 결말은 이때부터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진범인이 나타난 후에야 그 의심은 거두어진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봤을 범인을 반드시 잡고 싶다는 책임감을 가진 해준의 눈 앞에 선 서래가 바로 범인이었다. 서래는 똑바로 보려고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는 해준의 눈에 썬글라스를 씌우는 사람이다. 높은 곳이 주로 배경을 이루던 1부에서 바다가 배경인 2부로의 전환점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하다.
서래가 기도수 살인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 해준은 서래를 지키기를 선택한다. 증거인멸에 도움을 주고 휴대폰을 버리라고 말한 순간, 해준은 자신의 마음을 최대로 고백했을 것이다. 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경찰로서의 자부심을 버리고 그는 완전히 붕괴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 이외의 것으로 서래와 얽매이게 된 것이다. 해준의 큰 부분을 이루고 있던 품위 있는 경찰로서의 정체성을 버렸기에 해준은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기도수 사건은 일단락 된다.
이야기는 수상쩍음으로 가득 차 있다. 2부에서 서래의 재혼 상대가 살해당하고 사건 발생지는 또 해준의 관할지다. 이번에도 서래가 범인일 것이라는 섣부른 의심이 서서히 떠오른다. 마지막 바다를 향할 땐 각각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꺾는다.
서래는 두 번 헤어질 결심을 한다. 첫 번째로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해준이 보고 싶어 이포를 찾았다. 그러니 첫 번째 결심은 실패다. 두 번째는 확실해야 한다. 서래는 자살을 선택한다. 왜 하필 자살을 택했을까. 서래는 자신의 사랑에 확고했다. 영화의 핵심적인 대사 중 하나인, 중국어로 표현된 서래의 말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의 사랑은 끝났고 내 사랑은 시작됐다” 그러나 해준은 그렇지 못했다. 해준은 자신이 ‘사랑’이라는 말을 언제 했냐며 꼬치꼬치 물었다. 아마 서래는 해준이 자신의 감정을 애써 모른척했던, 혹은 정말 몰랐던 사실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일 서래가 거기서 음성파일을 바로 들려주며 당신도 날 사랑한게 아니었냐고 물었다면 해준은 아니라고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해준의 손으로 음성파일을 발견하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서래는 사라진 후다. 확실한 사랑을 했던 여자는 헤어질 결심도 확실하게 내렸다. 그의 불확실함을 너무 잘 알았던 서래는 그의 미결사건으로 남기를 자처했다. 해준은 남겨진 음성파일을 들었을 때 깨닫는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걸.자신의 사랑을 덮어두고 모른체 했던 남자는 사랑의 끝을 예견했을 때야 후회한다.
두 번째 사건 당시 서래가 입고 있던 원피스를 다른 사람들은 파란색으로 보았지만 해준만 녹색으로 보았다. 영화는 사랑을 부정하려 들었던 해준이 서래가 좋아하던 바다, 서래의 색인 파랑으로 뒤덮인 바다에서 절망하며 끝난다. 이제야 사랑을 깨달았으나 평생 미결 사건으로 남을 서래로 인해 해준은 무너지고 깨어질 것이다, 마침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