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렐 마더스> 진실을 마주하는 법

by 모아


스페인 내전으로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가해자들은 실종된 이들을 아무곳에나 묻어 모든 것을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찾아내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있다. 야니스는 그들 중 한 명이다. 실종된 가족의 유해를 발굴하는 것은 할머니 때부터 시작된 야니스 집안의 목표다. 뜻을 같이하는 마을 사람들을 대표해 야니스는 직접 고고학자에게 의뢰를 맡긴다. 누구보다 진실의 가치를 알고 있을 야니스에게 진실 앞에 크게 갈등하는 사건이 닥친다.

야니스는 출산 전 같은 병실을 쓰며 친구가 된 산모 아나와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자신의 친딸이 돌연사했다는 소식에 입을 열지 않기로 마음을 바꾼다. 앞장서서 내전의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연인이 되며 아나는 야니스에게 강간 사실과 아이 아빠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때조차 야니스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며칠 후 발굴이 곧 진행될 것이라는 기쁜 소식을 가져온 아르투로와의 만남도 아나에게 숨겼다. 어젯밤 누구를 만난 건지 묻는 아나의 질문은 점차 야니스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에 도달한다. 끝내 야니스는 그간 감춰 온 가장 큰 비밀을 고백한다.

<패러렐 마더스>는 여성들의 연대를 조명한다. 야니스와 아나는 새로운 가족을 이룬다. 처음에는 가정부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연인이 되고 동등한 위치에서 아이를 돌본다. 감춰뒀던 비밀로 인해 멀어지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모른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발굴 작업이 끝난 날, 아나는 세실리아와 함께 야니스의 곁을 지킨다. 아나의 어머니는 자식보다 꿈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아나는 그런 어머니에게 상처받아 집을 떠나고, 그때 아나에게 선뜻 곁을 내준 것도 야니스다.

<패러렐 마더스>는 제목처럼 평행선을 그리던 두 어머니의 세계가, 그들의 만남과 동시에 하나의 세계로 합쳐지는 이야기다. 힘에 부치는 일 투성이었던 두 사람의 삶에 기댈 곳이 생기고, 진실이라는 큰 산을 함께 넘는다. 비단 야니스와 아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는 우리가 연대하면 세상은 침묵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침묵의 역사란 없다’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말처럼, 내전 희생자 유가족들의 연대가 발굴 작업의 성공을 이끈 것처럼, 야니스와 아나의 연대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