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는 요리
I. 날씨가 완전히 겨울이다. 현관 앞 잔디밭에 놓인 옹기 수반 위의 물이 꽝꽝 얼었다. 옹기 수반은 높이가 약 6-70센티미터로 된장, 고추장을 담을 수 있는 제법 큰 질그릇인데 아내가 당근마켓에서 5-6개를 사서 정원과 현관 앞 곳곳에 제법 모양을 갖추어 놓아두었다. 옹기 본체 위에 뚜껑을 뒤집어서 물과 물풀 모양의 소품을 담그고 태양광 분수를 얹어 둔 것인데 길고양이 까망이가 종종 와 벌떡 서서 물을 마시던 곳이다. 까망이는 호기심이 유달리 많고 붙임성이 좋은 녀석인데 고양이 물품숍에서 사 온 급수장치의 물보다는 이곳 옹기 뚜껑의 분수 물을 더 좋아한다. 발딱 서서 앞발을 옹기 끝부분에 붙이고 제 키만큼의 높이에 있는 물을 혀로 날름날름, 홀짝홀짝 먹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그런데 그 수반이 얼어버렸으니 이제 그 귀여운 모습을 보려면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II. 약 3-4개월 동안 저녁 약속을 거의 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강화에 와서 내가 직접 식사를 해결하다가 보니 그 사이에 체중이 제법 줄었다. 2-3년까지만 해도 71-2킬로에 육박하다가 점차 줄어서 지난달까지 63킬로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62킬로그램까지 내려왔다. 체중감소의 주요 원인은 아마 저녁 약속을 거의 하지 않아 과식과 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채소만 먹었더니 너무 체중에 빠진 것 같다. 살을 좀 찌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밥을 조금씩 더 먹고 계란 프라이를 2개씩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햇볕 좋은 곳을 찾아 놀러 온 길 고양이 밥을 주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평소대로 냉장고에 있는 채소로 점심을 준비했다. 1달 전에 사서 조금씩 먹다가 남은 무가 2-3인분 정도 남아 있어 무감자 조림을 해서 먹기로 하고 우선 무를 나박나박 썰어서 감자, 양파와 함께 웍에 담아서 올리브유를 조금 넣고 달달 볶아서 단맛을 낸다. 이어서 국물 맛을 내는 최고의 식재료인 다시마 3조각, 멸치 21마리를 넣고 약간의 물을 넣어 더 끓인다. 여기에 식초, 진간장, 조청, 고춧가루, 고추장, 물을 섞어서 만든 양념장을 넣고 푹 끓여주면 된다. 좀 끓기 시작하면 썰어둔 표고버섯, 마늘 등을 넣고 적당하게 간을 보면서 좀 더 끓여주면 매콤 짭짤한 무조림이 완성된다. 몇 번 이 무감자조림을 만들어 보았는데 아내는 썩 내켜하지 않고 큰 딸은 먹을 만하다고 했다. 이렇게 만든 무감자조림, 옆집에서 나눠 준 순무김치, 무 생채 김치, 계란 프라이 2개, 전자레인지에 3분간 데운 잡곡밥 200그램이 점심식사이다. 이 정도면 푸짐한 성찬이다. 절대로 살이 찌지 않고 계속 먹으면 7-8킬로그램까지 빠지는 식사이다.
밥을 먹는 중간에 길고양이 쫄보가 다시 와서 보채기에 나가서 멸치 몇 마리를 주고 와서 밥과 무감자조림 한 그릇을 전부 비웠다.
그 후 천천히 커피를 갈고 내려서 정원 잔디밭, 용진진, 문수산을 바라보며 조금씩 마신다. 이런 풍경에서 커피를 끊기는 정말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