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과장! 집에서 연락이 왔는데 당장 병원으로 가봐야겠어”
운전 중 사장님께 걸려 온 전화기 너머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여쭤보질 못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뭔지 모를 불안감이 스쳤다.
알 수 없는 덩어리가 가슴을 억누르는 듯한 느낌에 심장이 조여왔다.
‘큰일은 아닐 거야’ 1시간을 달려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대학병원이라 주차장에서 응급실까지 한참을 걸어 갔다. 평소 진료받던 병원이 아니어서 다른 일이 터진건 분명했지만, 어떤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몇일 전부터 주사 맞은 곳이 많이 아프다며 출근을 못하고 있었다.
어머님과 내가 번갈아가며 그를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는 나에게 늘 게구지게 웃는 모습으로 잘 다녀오라고 이야기하는 그였다. 오늘 아침도 그의 인사를 받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답하고 나왔는데, 어디가 문제가 생긴건지 알 수가 없다. 그의 이름을 말하니 응급실로 가보라고 한다.
알 수 없는 덩어리가 여전히 가슴을 누르는 걸 느끼며 빠르게 응급실로 달려갔다.
응급실이 복잡하지 않아 바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커다란 침대에 그가 자그맣게 누워있다.
투병을 하면서 살이 급속도로 빠지기 시작해 몸무게가 37키로까지 내려갔다. 그의 팔에 꽂힌 주사 바늘 위로 주렁주렁 많은 줄들이 달려있었고,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 미동도 없이 자그맣게 누워있는 그를 보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잡은 손에 힘을 주지도 못했다. 이마에 손을 얹고 볼을 쓰다듬어 주었지만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예요?”
“너 출근하고도 계속 자길래 그냥 뒀는데, 12시가 넘어서도 일어날 생각을 않는거야. 흔들어 깨워봤더니 정신을 못 차리더라구. 이상해서 입에 손을 넣어봤는데 턱이 굳어 있는거야”
가슴이 뛰고 손이 떨린다. 그가 웬지 저 먼 곳, 내가 닿을수 없는 곳에 있는 듯하다.
손을 뻗으면 이렇게 그의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데...
손을 잡을수 있고, 볼을 맞댈수 있고, 그렇게 좋아하던 발도 주무를수 있는데...
“엉덩이 밑쪽으로 괴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얼만큼 진행되었는지는 검사를 더 해봐야 알거 같아요. 일단 결과 나오면 다시 말씀드릴께요”
의사의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눈을 뜨지 않고 약간 입을 벌린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었다.
‘괜찮아? 나 왔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는다. 속으로 계속 그 말만 반복하며 손을 만지고 발을 만진다.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병원으로 찾아오고 전화가 왔다. 의사가 하는 말을 그대로 옮길뿐, 현실감각이 전혀 없었다. 마치 남얘기를 하듯이 상황을 설명했다. 하루 하루 시간이 갈수록 그의 상태는 나빠졌다. 오전과 오후의 상태가 달랐다. 의사는 이제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좋다고 했다.
“선생님, 제발 살려만 주세요. 다리 못써도 괜찮으니 그냥 살아있게만 해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저 선생님께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얼마전부터 찾아온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을 알아보았다.
벌침이 도움이 된다는 걸 듣고, 유명한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총 10번을 맞아야 하는데, 2번을 맞고 와서 통증이 많이 줄었다고 좋아했다.
14개월전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직장을 짤라내고 허리에 인공항문을 다는 수술을 권했다.
몇일을 고민하더니 결국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음식과 운동으로 치료하는걸 선택했다.
나름 잘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통증이 찾아왔다. 3번째 맞은 주사가 문제였다. 엉덩이에 주사를 맞았는데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병원까지 갈 수가 없어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진 것이다.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는 지금은 할 수 있는게 없다고만 말한다. 가족들과 어떻게 할지 상의를 했다. 병원에 찾아가서 항의를 하기로 했다. 그의 옆은 시누이가 지키고, 시어머니와 시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미아사거리쯤 왔을 때 시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오빠 갔어요”
달리던 차에서 내려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 있어주지 못한게 너무나 원통했다.
그렇게 그를 보냈다. 병원에 들어온지 5일만이다.
그가 이제 곁에 없다는 걸 믿을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 떨어져 있을뿐이고, 며칠뒤엔 '동고비 잘 있었어?'하며 나타날것만 같았다.
마지막 인사를 나눌 사이도 없이 그는 훌쩍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