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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나노 Oct 25. 2023

갈대 같은 엄마

학교 상담을 다녀왔다.

기대하던 중2 학부모 상담

그간은 학교생활, 교우관계 같은 태도와 인성에 대한 뻔한 상담이었다가 입시상담을 하니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학부모가 된 느낌을 받았다.

딸아이에게 익히 들어서 선생님의 팩폭을 기대하였고 역시나 사이다셨다.

아이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내향적인 성격의 단점과 보완방법을 일러주셨고 아이에게 걸맞은 학교도 순위별로 추천해 주셨다.

우리 아이에게 선택권은 기숙형 사립 일반고, 자공고, 일반고인데 내향적이고 독립적인 딸아이에게 맞는 자기 주도만이 살아남는 기숙학교를 추천해 주셨고 자공고는 영, 수 심화가 됐을 시에만 가능하다 하셨다.

점수는 되지만 넘사벽 학교를 보내도 되는지 고민은 늘 비평준화의 딜레마다.

날이 갈수록 중학교의 난이도는 떨어져서 변별력은 없고 절대평가로 A등급이 넘쳐나 올 A를 받아도 내 아이가 잘하는 것인지 늘 의문이었다.

오히려 평준화아이들은 중학현행은 평이하게 보내고 선행을 많이 시켜서 고등에서는 평준화 지역 아이들이 선방을 한다고 한다.

이제와 이사 갈 수도 없고 이래서 학군지가 중요함을 느낀다.

어쨌든 담을 마치고 객관하하기 힘든 상황을 하루가 멀다 하고 고민했던 터라 고입에 순위가 정해지니 목표가 뚜렷해지고 방향도 잡혔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 말씀대로 대형학원 레벨테스트를 해보자고 아이에게 말했다가 사달이 나고 말았다.

선생님 말씀이 답이라고 내가 정해버리고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니 모든 것이 막히기 시작했고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하니까 너도 그래야만 한다는 말은 아이에게 들릴 리 없었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아이에게 나도 화가 나 집밖으로 뛰쳐나와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안 가고 싶다고 장난처럼 흘리듯 말했던게 문뜩 떠오르더니 아차 싶었다.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응원은 하지 못할망정 윽박지르고 빨리 다른 아이들 따라잡으라고 재촉하는 악마 같은 내 모습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내 새끼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이를 위한다는 본질은 잊은 채 내 욕심만 채우려는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도와주고 기다려주기로 마음먹었지만 행동은 달랐고 아이에게 내가 어찌 비춰졌을지 부끄러웠다.

결국 공부도 아이 몫이고 힘든 것도 아이인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요즘 교육서를 등한시했더니 다시 마음이 해이해진 것인지 내 민낯을 마주하니 돌아오는 건 후회뿐이다.

오늘 딸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하고 화해를 청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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