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삶.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더라

by 마틴팍


내가 멕시코에서 한국인 보스 밑에서 일하게 될 줄은 2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힘들었던 일이야


몇 년 전 멕시코에서 함께 일했던 팀장이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내게 했던 말이다. 나 또한 멕시코에서, 독재정권에 반하는 뉴스를 만들다가 쫓기듯이 도망친 '체 게바라' 닮은 베네수엘라 사람이랑 같이 일하게 될 줄은 그 전년도에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때로 인생은 우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데, 최근 몇 년간 나에게는 정말 가혹하리 만큼 다이내믹한 변화가 찾아왔다.

왼쪽이 체게바라 닮은 페드로, 오른쪽 도 페드로 둘다 페드로


최근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의 신간 [단 한 번의 삶]을 읽었다. 미국에 사는 내가 한국 신간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대부분 e북 콘텐츠를 구매해서 읽고 있다. 단 한번뿐인 인생에 대한 저자 본인의 얘기부터 다양한 담론과 소회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읽는 중간중간, 잠시 멈추고 내 인생은 어떠했는지 종종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최근 몇 년 간 내 인생은 갑자기 남미에서 펼쳐지고, 태평양을 한참 건너 필리핀으로 연결되고, 팬데믹 시국을 맞아 잠시 한국을 거쳐, 지금 여기 미국 시카고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인데, 이렇게까지 급작스러운 변화를 또,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맞이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숨 가쁜 변화였다.


하지만 이러한 내 인생에서의 변화는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내가 받아들인 것이다. 하늘에서 정해주신 '운명'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이 인생의 주인공은 '나' 아니던가? 그 변화의 가운데서 때로 는 큰 마음의 부침을 겪기도 했다. 수많은 나라를 짧은 시간에 옮겨 다니며 아내와 아이에게 매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힘든 시간을 겪게 하였다. 미국으로 오면서는 소중한 가족, 몇십 년 지기 친구들,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사람들,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모두 내던지고, 새로운 사회에서 이방인으로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러한 점들이 때로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고, 그 서러움과 불안감에 긴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기도 하였다.


미국에서는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자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20년간 직장생활에 적응되었던 터라 그쪽이 더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미국 도착 후 한국 기업의 엔트리잡도 경험해 보고, 시간을 쪼개어 MBA 학위를 따기도 하였다. 졸업 후에는 나도 번듯한 미국 회사에서 일해보고자 하는 꿈도 꾸었다. 하지만 이 놈의 인생은 다시 한번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결국 나는 이러저러한 기회로 자업업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동안은 배우자와 함께 멕시칸 손님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팔고, 부업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한국 상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작은 사업도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던 중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 이번에는 중국인들이 대다수인 미국의 한 동네에서 짜장면을 팔게 되었다. 중국인들에게 진짜 중국음식이 아닌 한국식 중국음식으로 장사하는, 말로 들어보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자영업자, 그것도 팔자에도 없던 요식업에 몸담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방향이다.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


오블라디 오블라다란 문구는 하루키의 에세이 집에서 처음 들어봤는데, 알고 보니 비틀스의 음악에 등장했던 가사라고 한다. 해석하자면 '인생이 뭐 다 그런 거지, 인생은 그렇게 계속된다' 정도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구직활동을 잠시 접고, 중국집 운영을 준비하면서 내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표현은 바로 "오블라디 오블라다"였다. 인생은 참 예측할 수 없고, 이번에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나 했다. 앞으로 자영업자로서의 내 미국에서의 인생은 또 어떻게 흘러갈까? 기대도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그렇게 내 삶은 또 계속된다.


(끝)

*표지설명: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는 주기적으로 공연을하는 라비니아 페스티벌(Ravinia Festival)이 있다. 클래식,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실내 공연장도 있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피크닉도 즐길 수 있는 야외 자리를 선호한다. 맥주나 와인도 가져와서 마실 수 있어 좋다. 사실

그래서 간다.

이곳은 미국인가 중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