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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나는 외롭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잠든 시간, 미래의 내가 나를 지켜보는 시간

by Engineer
6화 일러스트.png

1화. 나는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다.

2화. 설계되지 않은 삶이 무너질 때

3화. 그녀는 나를 평가하지 않았다

4화. 가진 돈을 다 털고 캐나다로 떠났다

5화. 내가 아닌 나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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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돌아온 나는 바로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따로 토익 공부를 한 적은 없었지만 시간부족으로 다 못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850점을 받았고, 어학연수에서 획득한 Certification과 함께 이전 직장과 같은 계열 두 곳의 중견기업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전문적인 PT수업 없이 혼자서 중량을 다루던 어느 날,
데드리프트 도중 디스크가 터졌고 극심한 고통에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건 물론,
기침만 해도 허리부터 발끝까지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보다 두려운 건,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말이 ‘내 인생을 살아나가겠다’는 다짐마저 꺾을 까 무서웠다.
하지만 취직을 미룰 순 없었고 이를 꽉 물었다.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고개 숙여 눈을 질끈 감았다.
최대한 아프지 않은 척 두 번째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거주지는 이번에도 역시 기숙사.
적금을 탈탈 털어버린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 리가 없었다.
다행히 중견기업이라 그런지 방은 훨씬 넓었고 방마다 샤워기와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게다가 빈 사무실 공간에 간단히 차려진 기구들이지만 사내헬스장도 있었다.
이제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나빠진 신체 컨디션으로 다시 시작할 때였지만 걱정이나 불안은 없었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고, 새로운 To-do list를 작성했다.
최우선 목표는 디스크 회복이었고, 다음은 새로운 업무 새로운 사람과의 빠른 적응이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내헬스장의 철봉에 매달려 셀프 견인치료를 하였고 하루 종일 복대를 차고 생활했다.
관련 전공자였고 당시 중견기업 기준 우수한 스펙이었지만 선배들을 존중하며 영어 질문에도 매번 밝게 웃으며 답했다.
다행히 1년 만에 디스크는 호전되었고 선배와 상사들에겐 믿고 맡길 수 있는 후배가 되었다.
물론, 당시 근무했던 회사가 중견기업 중에선 나름 큰 규모였고 업계에서도 이름 있는 회사였으며 많은 분들이 가정을 이루실 정도로 복지도 괜찮았다.
거기서 머물고 안정적인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담을 수 있는 인내의 총량이 커진 난, 담을 수 있는 욕심의 그릇 역시 커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구조상 관련업계 국내 최고 회사는 협력사 직원 채용을 금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난 그 구조를 뛰어넘고 싶었고, 당시 기준 불가능해 보이는, 국내 최고 회사마저 그 기업의 협력사인 외국계를 목표를 설정했고 곧바로 설계에 들어갔다.
매일 아침 7시 기상, 12시간 근무, 퇴근 후 2시간 웨이트,
그리고 새벽 2~3시까지 이직 공부와 LinkedIn에서의 커리어 관리.
혼자서 공부하니 회화실력이 낮아지는 것 같아 오픈채팅방에서 회화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일주일 중 딱 하루 운동 쉬는 날 스터디를 운영했다.
낭비할 시간은 없었고 연애는 더욱 사치였다.
가끔 너무 지치고 외로워 잠을 이룰 수 없을 땐, 조용히 눈을 감고 웹툰 <덴마>의 '지로'라는 캐릭터의 명대사가 나왔던 장면을 떠올렸다.
"고마워... 네 앞에 놓인 이런저런 미래들 중 지금의 나를 선택해 줘서."
그리곤 내게 되물었다.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내가 고마워할 삶을 살고 있는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하지만 반드시 올 미래의 내게 위로와 위안을 얻으며 겨우 잠들었다.
그렇게 2년 차, 생각보다 일찍 그 기업의 채용공고가 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했지만, 역시나였다.
현실은 꿈으로 향하는 사다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았고, 나를 더 혹독하게 연단시키려 했다.
아쉬움도 컸지만 나의 부족함을 알았기에 좌절은 없었다.
나는 끝까지 “다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내 삶의 전부는 나 자신을 구해내는 것뿐이었다. 어느덧 또 2년이 흘러 4년 차.
그사이 어학은 토플 110점에 가까웠고 조직에선 여기 있기 아깝다는 평판을 들을 때 즈음.
LinkedIn 메신저를 통해 그 기업 HR팀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Career opportunity in OOOO
I hope this In-mail finds you well.
I’m OOOO from the Talent Acquisition team in OOOO.
I came across your profile on LinkedIn and noticed that you have the great….’
그렇다.
불가능해 보였던, 주변 동료들도 농담으로 치부했던 그 “다음”이 먼저 나를 찾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독자님들.
가장 외로웠던 시기, 출구가 없을지도 모르는 긴 터널, 여러분은 무엇으로 자신을 버텨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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