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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태 Oct 19. 2024

[디자인 칼럼] 트렌드의 보고

토요타 캠리 풀체인지



제9세대 토요타 캠리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 토요타 자동차의 공식 보도에 따라 2024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는 중이라 한다. 차세대 캠리는 이전 세대의 'TNGA-K' 플랫폼을 계량하여 승차감을 조율했고, 신규 디자인 언어를 채택했다. 특히 실내 디자인과 편의 기능을 중점적으로 보강하며 상품성을 개선한다. 2024년 수입차 시장의 역성장 속에, 토요타는 반대로 10% 이상 전체 실적이 상승하는 성과를 보인 바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수요가 꾸준함에 따라 신형 캠리의 역량이 기대된다.


캠리는 '대중형 세단의 표본'과 같다. 그 근거는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입증해 왔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중형 세단 부분 연간 판매량을 석권해왔다. 당사의 '라브4'나 타사 준중형 SUV에 밀려날지언정 세단 판매량의 상당수를 캠리가 차지해온 셈이다. 지난 2023년 북미 시장 판매량 TOP 10중 유일한 세단이 캠리였다. 하지만 준중형 SUV들에게 패권을 빼앗긴 것은 사실, 그래서인지 9세대 캠리는 차체 BIW 일부를 기존 부품과 공용한다. 어떻게 보면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 수준인데, 차세대 캠리의 디자인을 분석해 본다.
 

대중성이라는 표현이 밋밋함을 뜻하진 않는다. 단지 많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거나, 창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면 된다. 캠리는 워낙 역사가 깊다 보니 과거로 갈수록 밋밋함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에는 프레스 기술의 한계였다면, 자연스레 곡면을 추가한 디자인은 미래에 가까워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자극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일련의 트렌드가 생겨난다. 대중들의 시선을 이끌기 위해 복잡한 주름을 활용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을 확장한다.


그런 맥시멀리즘 성향의 디자인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났던 모델이 바로 이전 세대 캠리였다. 따분함을 벗어나는 디자인을 취지로 했고, 그에 따라 전면 그릴은 프레임을 쪼개고 입체적인 표면을 구현하고 있다. 역동적인 비율을 위해 보닛 노즈를 최대한 돌출시켰다. 늘씬하게 뻗어나가는 보닛과 A 필러, 입체적인 캐릭터 라인은 상당히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성공한다. 그런 디자인 전략에는 극단적인 평가가 오가겠지만, 아무렴 '따분함'을 벗어나고자 했던 디자인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반면 차세대 캠리의 전반적인 인상은 사뭇 단정하고 진지해 보인다. 물론 이전 세대에 비해 그렇다는 것, 여전히 세단 치고는 공격적인 외모를 취하는 편이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이전 세대와 레이아웃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일부 바디 패널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니 변화에 대해서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결과물은 차분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정리하자면 '절제 미'를 품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캠리가 곧 트렌드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시대를 이끄는 게 캠리였다고 확답 지을 수는 없겠지만, 앞서 출시한 어코드나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를 보아도 디자인이 다소 정갈하게 회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볼 수 있다. 결국 디자인의 맥시멀리즘을 거쳐, 다시 '차분함'을 되찾는 일련의 과정이 최근 중형 세단의 디자인 트렌드가 된 셈이다. 아무렴 캠리의 디자인 변화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만큼, 그렇게 도전적인 변화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가장 중심적인 변화는 토요타의 최신 패밀리룩을 입은 것이다. 전면부 중심에 마치 귀상어를 연상시키는 돌출형 패널이 채택되는데, 이를 두고 '해머 헤드' 디자인이라 표현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프리우스를 통해 먼저 접해볼 수 있었다. 전자에 비해서는 노즈 면적이 두껍고 굴곡이 약한 편이라 차분한 느낌이 들게 된다. 특히 이전 세대 캠리는 Y자 형태의 프레임이 돌출되면서 더욱 입체적인 인상을 강조하였는데, 차세대 캠리는 중앙부 분할선을 수평 형태로 마감하면서 디자인이 정돈된 느낌이 든다.


해머 헤드 스타일링을 감싸는 DRL이 토요타의 새로운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외에 헤드 램프는 자연스레 디자인을 마감한다. 사실 범퍼 디자인만을 바라보면 여전히 입체적인 모습이다. 입체감을 넘어 기괴함이 느껴지는 수준, 내부 허니콤 패턴이 바깥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그래픽이라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전 세대처럼 과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최소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에어커튼 홀 이 분리된 '일반적인' 레이아웃을 택하기 때문, 그리고 넘버 플레이트를 부착하면 한결 깔끔해질 것이다. 


측면 디자인이 이전 세대와 가장 유사한 부분이다. 그 이유가 캐릭터 라인이 동일하다. 프런트 펜더에서 리어 펜더로 뻗어나가는 사선 형태의 주름, 그리고 도어 패널의 깊은 굴곡이 입체감을 살린다. 그리고 벨트라인이 A필러보다 살짝 내려와 있어 스포티한 느낌이 가미된다. 그나마 이전 세대 캠리의 프로필 자체가 멋스럽게 조율된 편이었다. 그래서 부분적인 변화로도 차세대 캠리의 디자인도 만족감이 든다. 우선, 전면 디자인의 변화로 노즈가 더욱 낮고 공격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C필러 라인이 달라졌다. 루프레일과 C필러 부분이 맞닿고 있는 윈도우 라인이 더욱 매끄럽고 날렵한 형상으로 수정된 것이다. 사진상으로는 C필러에 오페라글라스가 추가된 듯하다. 이를 따라 매끄럽게 하강하는 C필러 라인은 돌출되어 있는 트렁크 리드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한껏 솟아오른 웨이스트 라인도 매력적인 실루엣을 구현하는 부분, 새로운 리어 범퍼도 어색하지 않은 조합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은 중심부 언더 바디 패널, 스커트 형상으로 깊은 굴곡이 생겼다.  


후면 디자인도 레이아웃 자체는 기존과 동일하다. 테일램프 모듈과 테일게이트, 범퍼 형상을 부분적으로 수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역시 테일램프 디자인이다. 마치 전면 해머 헤드 디자인을 형상화하듯, 테일램프도 'ㄷ'자 형태의 그래픽을 지니게 되었다. 그 사이에는 피아노 블랙 느낌의 가니시 패널을 부착했고, CAMRY 레터링을 각인한다. 요즘에는 북미 시장에서도 크롬 가니시를 웬만하면 채택하지 않는 모습이다.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함도 있고, 환경 보호와도 연관이 있다.


테일램프 덕분에 후면 디자인의 인상이 보다 날카로워졌다. 앞서 트렁크 리드가 다소 돌출되어 있는 형상이라고 언급했는데, 리어 뷰에서도 깊은 굴곡을 첨부하여 입체감을 더한다. 사소한 이야기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을 표준으로 하면서 엠블럼에 푸른빛을 생략했다고 한다. 범퍼는 전폭이 넓은 느낌을 강조하는 스타일, 디퓨져 형상도 비슷하다. 디퓨져에 리플렉터까지 하나의 프레임으로 합치면서 더욱 깔끔한 인상이다. 좌측에 배치된 트윈 팁 머플러가 과하지 않게 멋스러움을 더한다. 


인테리어도 간략하게 살펴본다. 부분적인 변화를 택한 외관과 다르게, 대시보드는 완전히 교체하였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대화면 센터 디스플레이를 배치하는데, 굳이 따져보자면 매립형으로 역시 북미 시장의 취향을 따르고 있다. 센터페시아에 직관적으로 나열된 버튼이나 특히 비상등, 기계식을 고집하는 기어 레버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기어레버 앞부분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로 보이며, 우측 수납함과 컵홀더를 통합시켰다. 도서나 패드 같은 면적이 넓고 얇은 제품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무난함을 지닌 스티어링 휠까지, 전체적으로 승용차의 '안락함'이 강조되어 있다. 특히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마감 소재나 패턴이 섬세해 보인다. 도어 트리밍까지 깔끔하게 연결되는 형태로 제법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대시보드의 센터 스크린과 에어벤트는 하나의 프레임에 통합하였고,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기조를 유지한다. 그런 디자인의 통일감이 더욱 편안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외관과 실내 디자인의 지향점이 일치한다. 

중형 세단 시장, 스테디셀러들이 점차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회귀한다. 이제는 베스트셀러 토요타의 '캠리'까지 일련의 트렌드에 합류했다. 그 변화의 폭이 크진 않더라도, 더욱 자극적인 디자인을 원했던 시대의 흐름이 끊겼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예전처럼 특별히 끌리는 디자인이 되어주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다수가 반감을 느끼는 디자인은 아니다. 전체적인 실내외 디자인이 한결 고급스러워졌고, 그런 차분함과 중후함으로 세단 고유의 감성을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리고 세단 시장의 영향력을 예전과 동일시 여기면 안 된다. 캠리의 전성기 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준중형 SUV의 판매량이 더욱 높고 마진율도 크다. 캠리는 '대중형 세단의 표본'이다. 다시 말해 대중형 자동차의 표본이 아닌 것이다. 대중적인 디자인으로 라이프 사이클을 연장하고, 그만큼 고정적인 수요를 이뤄내고자 함으로 보인다. 즉, 투자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미다. 아무렴 디자인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이제 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세단'이라서 소비를 하는 것이다. 



글: 유현태
사진: TOYOTA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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