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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공장 Apr 17. 2024

출판사 창업 18년째, 처음 있는 일

전화기를 들자마자 다짜고짜 뭐 이런 책을 내냐며 흥분을 한다.

뭐지? 

이런 일은 처음이라....


<개 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에 말도 안되는 내용이 있다고.

마늘 먹이는 거, 심장사상충 대처법 등이 말도 안된다고.


그래서 이건 전통적인 현대 수의학과 다른 치료법을 다룬 책이라고 해도

들을 마음이 없다. 

세계적으로 50만권 넘게 팔린, 한국에서도 14쇄를 찍은 책이라고

자연주의적 방법으로 동물을 돌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한국보다 수의학이 오래된 미국에서 공부하고

60년 넘게 임상과 연구를 한 수의사가 쓴 책이라고...

차분히 말해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하도 이상한 책을 내는 출판사라고 비난을 해서

원하시는 전통 수의학 책도 있으니 그럼 그런 책을 보라고 

본인과 맞지 않으면 본인의 반려동물에게 적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해도

흥분을 멈추지 못하고 에스컬레이팅되더니

결국 사기라는 말까지 들어서

그만 끊겠다고 하고 끊어버렸다.


무차별적으로 우리 책이 욕을 먹으니 속상해서 

설득이 될 거라 생각하고 괜히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잡지기자 때도 몇 번 이런 일을 있었다.

잡지사나 출판사 번호는 공개되어 있으니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책공장 책의 주제가 무난하지 않아서 미워하는 곳들도 있긴 한데

이건 너무한데.

주로 뒤에서 욕하는데 이번엔 너무 다이렉트로 막말을 들었어ㅠㅜ


<개 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는 홀리스틱 수의사인 피케른 박사가 쓴 책이다. 

인간 의학도 그렇지만 수의학도 한 가지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다.


나는 언젠가 한국의 수의학이 선진국만큼 오래되면

노의사가 된 수의사가 자신의 철학을 갖고 이렇게 두툼한 책을 써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피케른 박사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다.

인간과 동물의 식생활의 문제는 단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문제라고.


사랑하는 혜진 작가님이 그려준 표지도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욕 폭탄을 맞다니 요즘 왜 이러나. 

살풀이라도 해야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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