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동네 고양이들 지나갈 때마다 담장에 올라서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설기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있으니 떠났나 싶어서 그집 분들 만나도 묻지 못했다.
며칠 전 그 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설기를 만났다.
잘 지내고 있었구나.
걷는 게 좀 느려졌지만 14살의 나이를 잘 살아가고 있었다.
다리 관절이 좋지 않아 앞발을 담장에 올라지 못해서 그간 보지 못했던 거구나.
설기는 노랑이랑 종종 대치하곤 했다.
노랑이가 한옥 지붕에 앉아서 설기를 도발했다.
그래봤자 순둥이 설기는 낑낑거리는 게 다였지만.
14살 설기를 보면서 15살에 떠난 노랑이를 떠올린다.
설기 잔뜩 놀리고 집에 와서는 밥 내놓으라 조르던 우리 노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