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 있는 김부장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집도, 돈도 없는 김사원이라 크게 공감하지 않았어요. 왜 이 세상은 <미생>의 오과장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김부장에는 크게 공감하면서, "그냥 아무것도 없는" 김사원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를까요?
회사에 들어온 지 3개월차. 사실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물어보면 혼나고 안 물어보면 또 혼나고의 연속입니다. 자주 질문하면 왜 찾아보지도 않고 질문하냐고 꾸중 듣고, 혼자 끙끙대고 있으면 왜 말을 안 하냐고 뭐라 합니다. 저만 이런 걸까요? 아니면 남들도 이러는데 다들 그냥 참고 사는 걸까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거래처에 있는 한 부장님이었습니다. 사실 부장은 아니었어요. 근데 나이도 있고 경험도 풍부하지만 승진을 하지 못해 부장급으로 대우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참 이상하지 않나요? 승진을 못할 수도 있는 건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그런 '시늉'을 해주다니요. 사람 두 번 죽이는 거 아닌가요? 나이가 많아도 혹은 적어도 그냥 그 사람은 그 사람인 건데, 우리는 왜 굳이 저렇게 계급을 나누어서 '승진 못한 사람'을 만드는 걸까요... 아무튼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분이 저랑 비슷한 처지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동안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열심히 살았는데,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비추어 보면 참 못난 사람처럼 보이는 그런 사람인 거죠. 나름의 철학, 나름의 고집,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결국 나름밖에 되지 않을까 무섭습니다. 그리고 '나름'이 되는 것이 점점 두려워지고 있는 제 자신이 더 무섭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제 나름을 지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니, 근데!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지도 못하는 사회가 맞나요? 어른들은 이런 사회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 맞나요? 자기가 펼치지 못한 주장을 내 자식들은 마음껏 표출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더 큰 자유를 후손들이 느끼기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했던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아직도 이렇게 괴롭고 어려운가요? 미안한 말이지만, 자신의 영혼을 돌보지 못한 어른들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 청년들이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어떤 차장님은 저에게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내 딸이 XX 대리만 같으면 좋겠다!"
죄송하지만 저는 제 딸이 XX 대리님이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대리님이 그쪽 눈치를 얼마나 보는지 아세요? 저는 제 딸이라면 남 눈치 보게 안 키워요. 그쪽은 모르겠지만 님 밑에서 XX 대리는 백조가 수영하듯 다리를 휘저으며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답니다.
회사란 도대체 뭘까요... 얼마나 더 제 자신을 깎고 깎아야 나사가 된 듯 편안해질까요. 아니, 나사는 과연 편안할까요? 과연 저는 나사가 될 수 있을까요? 알고 있다면 누가 말해주세요. 아, 그렇다고 잔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여러분들이 욕하는 MZ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