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오랑주리미술관 특별전-세잔 르누아르
프롤로그
캔버스를 타고 파리로 가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그날, 파리로 가는 가장 조용한 출발지였다.
비행기 티켓도, 여권도 필요 없는 여행.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다른 도시에 발을 들인 기분이 된다.
몇 해 전,
노틀담 성당이 불타던 날
나는 파리에 있었다.
연기 너머로 무너져 내리던 첨탑을 바라보며
무엇을 애도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시간.
그날의 파리는
아름답다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침묵 속에 서 있었다.
여행은 늘 설렘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어떤 도시는
당혹과 침묵으로
마음에 남는다.
파리는 내게 그런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한가람미술관의 조용한 전시장 안에서
나는 다시 파리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비행기 대신
캔버스를 타고.
불타는 성당 대신
빛과 형태, 그리고 사람의 얼굴을 따라.
세잔과 르누아르의 그림은
내 기억 속 파리를
조금 다른 얼굴로 꺼내 보게 했다.
무너짐이 아니라 축적의 시간으로,
상실이 아니라 남겨진 시선으로.
나는 여행자처럼
전시장을 천천히 걷는다.
이곳이 미술관이라는 사실보다
지금 내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날의 여행은
파리로 떠나는 길이 아니라,
파리를 다시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여행은
파리로 떠나는 길이 아니라, 내가 기억해온 파리를 다시 받아들이는 시간이었을까.
그날,
나는 정말 파리로 간 걸까.
아니면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파리를 다시 마주하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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