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 뿐
이젠 버릴 것 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 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말고 가라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른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찾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걸 버려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자꾸 잊고 산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탐욕, 욕심이고, 그런 욕심이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켰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정도의 능력도 없고, 평범한 인간들 아니겠는가? 그러니 평범한 진리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 성난 파도 아래 깊이 /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 흐느껴 울고 웃으며 /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은 /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철학을 전공한 신해철은 정말로 내가 누군지를 아는 것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맞는 말일지도. 주호민은 『무한동력』에서 “죽기 전에 못 먹은 밥이 생각나겠는가, 아니면 못 이룬 꿈이 생각나겠는가?”라고 물었는데,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말로 꿈을 실현한다는 것은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훌훌 벗어던져야 한다. 알량한 자존심, 물욕, 인간관계 등. 다 벗어던지고 맨몸의 ‘나’를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심장이 터질 만큼 부끄럽고, 심장이 터질 만큼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흐느껴 울고, 웃어야 내가 단 한 번만이라도 이르고 싶은 곳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세상 모든 걸 의심하고, 고민하지만 그 고민하는 나 자신은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존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