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보편교양>
저는 교양 있는 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교양'이라는 게 대체 뭘까요?
사람마다 ‘교양’ 하면 떠오르는 게 다릅니다. 누군가는 고전, 누군가는 예술, 또 누군가는 그냥 예의 바름을 떠올리죠. 그런데 김기태의 소설 『보편교양』 속에서 작가는 이 단어를 아주 진지하게 붙잡고 씨름합니다. 그래서 교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저에게 김기태의 『보편교양』은 유난히 오래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곽’은 고등학교 국어교사입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할 ‘고전 읽기’ 수업을 준비하면서,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 나갑니다. 단순히 위대한 고전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실제로 손에 들 수 있는 책을 찾기 위해 애쓰지요.
곽은 원칙을 세웁니다.
지나치게 두껍거나 난해한 책은 피한다.
그러나 반드시 거쳐야 할 고전이라면, 발췌본이나 문고판으로라도 읽게 한다.
이 두 가지 단순한 원칙 위에, 그는 겨울방학에도, 여행길에도 목록을 다듬습니다. 자비로 수십만 원어치의 책을 사들이고, 도서관에서 발품을 팔며, 마치 여행길에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짜듯 신바람 나게 목록을 만들어 갑니다. 그러니까 '곽'이 들인 품을 떠올리면, 이 목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품 속에서 직접 언급되거나 맥락상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공자 『논어』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자와할랄 네루 『세계사 편력』
칼 마르크스 『자본론』(문고판)
알베르 카뮈 『이방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추정)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추정)
미확인 작품 한 권.
이 외에도 곽의 수업 속에서는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소세키의 『도련님』,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같은 책들이 연계 도서로 언급되고,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부르디외, 푸코와 같은 사상가들도 등장합니다.
"그 집 아버지가 교양 없이 막 그런 사람 같진 않고..."_『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보편교양 p.161
교양을 말할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교양은 남들에게 고상해 보이는 외모나 태도가 아니라 내 안에서 키워내는 어떤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교양을 배우기 위한 곳은 학교고 책이면 좋겠습니다.
저는 곽의 목록을 보며, 문득 제 학창 시절을 돌아보았습니다. 저 목록의 책들을 열여섯 살의 제가 읽을 수 있었다면, 지금의 제 인생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진짜 책을 읽으려면 교육의 목표가 '입시'에서 '교양'으로 바뀌어야만 가능하겠지요?
저는 그날까지 이 목록들에 있는 책을 하나하나 읽으며 교양을 쌓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곽'처럼 제 직업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