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에서

by 이신미

영랑호 나이는 팔천 오백년 그쯤이면

돌아간 엄마 찾아와 저 물 속에 누워 있을 만한 시간일까


고니나 개개비나 민물가마우지가 되어 돌아왔다고도 하고

숭어나 전어 또는 듣도 보도 못한 황어가 되어 돌아왔다고도 하는데

나는 엄마가 달그림자가 되어 돌아온 것을 남몰래 알고 있다.

검은 물에 흰 얼굴로 둥둥 떠서

밤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고 있는 걸

엄마는 죽었으니까 어두운 물 속도 무섭지 않겠지


물에 비친 산그림자들과 어울려 새삼

너 여기 와 있었구나, 멀리서 웃는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왜가리의 왜왜 소란한 불평을

내 손은 약손, 물주름 되어 살살 어루만지는 것을 본 듯도 하다

어둑하면 툭 켜지는 영랑호 가로등

툭툭 엄마는 저녁 산책길 나의 어깨를 치기도 한다

괜찬아, 물 되고 산 되는 거지

얼마나 좋은데


그러다 다시 먼 바다로 휘이 나가버렸을 만도 한데

수달이나 고라니나 수리부엉이로

팔 천 오백 년쯤 지나 다시 물기슭 그윽한 곳에서 만나자며

떠나간 자식들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었다

얘야, 밥 먹자,

저녁이면 지펴지는 연어빛 노을

산넘어 또 만나

영랑호 검은 물 속에 흰 달빛으로 풍덩 엄마가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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